[사설]김은경 영장 청구에 압박성 논평 내놓은 靑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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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이른바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오늘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는다. 전 정권의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상률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노태강 문체부 체육국장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전례가 있음에도, 그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공언한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 비슷한 위법을 저지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그런데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직후 “장관의 인사권과 감찰권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논평을 냈다. 말 자체만 놓고 보면 일반론을 얘기한 것 같지만 논평의 시기, 주체 등을 놓고 볼 때 매우 부적절하다.

김 전 장관의 혐의는 산하기관에 청와대가 내정한 인사를 앉히려고 ‘표적감사’ 등 불법을 저지르면서 대통령인사수석실과 수시로 협의를 했다는 내용이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의 논평은 수사 대상자가 재판부를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더구나 영장실질심사를 코앞엔 둔 시기 아닌가.

이번 사건에 대해 그동안 청와대가 보인 행적을 봐도 그렇다. 청와대는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의 폭로로 블랙리스트 의혹이 제기된 직후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하다가, 검찰 수사가 진척된 후에는 “적법한 감독권을 행사한 체크리스트”라고 말을 바꿨다.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이번 사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온 청와대가 법원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장관의 인사·감찰권’을 들먹인 것은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사법부에 압박감을 줄 수 있다. 청와대는 불필요한 언급을 자제하고 수사와 재판에 협조해야 한다. 검찰과 법원은 성역 없는 수사와 재판으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해야 한다.
#김은경#환경부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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