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장기집권 카자흐스탄 대통령 전격 사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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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자르바예프 “20일 사퇴” TV 연설… 상원의장이 행정부 수반 대행
1991년 독립 이후 줄곧 대통령직… 로이터 “국가안보국 수장 등은 유지”

30년간 카자흐스탄을 통치한 독재자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대통령(79·사진)이 19일 전격 사임했다. AP통신은 “카자흐스탄 국영TV의 특별연설 방송에 출연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방송에서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권력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었다.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행정부 수반 직무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상원의장이 대신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국민 연설 도중 20일부터 대통령직을 사퇴한다는 명령서에 스스로 서명했다.

그는 또 “올해는 내가 이 나라의 가장 높은 권좌에 앉은 지 30년 되는 해다. 국민은 내게 독립국 카자흐스탄의 첫 대통령이 되는 기회를 안겨줬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는 옛 소련 해체 전인 1989년 소비에트연방의 카자흐스탄 공화국 공산당 제1서기(서기장)에 선출되면서 최고 권력에 올랐다. 이듬해인 1990년 4월 24일 카자흐스탄 최고의회에 의해 제1대 카자흐스탄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어 1991년 12월 독립 직전에 새로 출범할 독립국가의 초대 대통령으로 미리 선출돼 올해로 5번째 임기를 지내고 있었다. 1995년 국민투표로 2000년까지 임기를 연장한 후 1999년에 처음 재선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2005년, 2011년, 2015년에 거듭해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권력을 유지했다. 하지만 장기집권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을 일삼았다는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원유 수출 대가로 글로벌 에너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외화를 챙겨왔다. 그는 대통령 자리에서는 물러나지만 국가안보국 수장, 집권 여당인 누르오탄 당의 당수, 헌법위원회 위원장직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정부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해 새 대통령이 선출된 후에도 신변의 안전을 보장받겠다는 의도가 뚜렷해 보인다”고 전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30년 장기집권#카자흐스탄 대통령 사임#나자르바예프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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