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2200억 원 상속? 애완동물 부자 리스트 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1일 13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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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고 나면 슈페트가 나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다.”

지난달 19일 향년 86세로 숨진 세계적 패션디자이너 카를 라거펠트가 남긴 말이다. 슈페트는 올해 여덟 살 된 그의 반려묘다. 밀크커피 빛깔이 도는 귀 부위를 제외하면 하얀 털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이 버마고양이가 요즘 큰 화제다. 2억 달러(약 2200억 원)로 추산되는 라거펠트 유산의 유일한 상속자가 될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평생 독신으로 산 라거펠트에겐 직계 비속·존속이나 형제자매가 없다. 2011년부터 동거해온 슈페트가 유일한 가족이라 할 수 있다.

샤넬의 남자 전속모델 밥티스트 지아비코니가 선물한 슈페트는 라거펠트에게 영감을 주는 고양이로 이미 유명했다. 일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에무라 슈의 뷰티제품과 독일자동차 복스홀의 광고모델로 2013년 한해에만 3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고양이사료 광고모델 제안도 들어왔는데 라거펠트가 “난 상업적이지만 슈페트는 그렇지 않다”며 사절했다는 일화도 있다.

슈페트는 24시간 자신을 돌보는 경호원 1명과 2명의 전용 메이드 그리고 인스타그램 전용작가까지 두고 있다. 또 킹크랩과 훈제 연어, 캐비아가 섞인 전용사료를 은쟁반에 받아먹는다고 한다. 이를 목격한 패션잡지 보그의 편집장 애나 윈터가 “다시 태어나면 슈페트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을 정도다.

과연 고양이에게 유산상속이 가능할까. 법무법인 서상의 이정환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이나 프랑스에선 인간이 아니면 유산상속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독일과 영국, 미국에선 신탁재단에 자산을 위탁하고 그 관리를 맡기는 방식으로 허용된다.

슈페트 같은 슈퍼리치 동물은 적잖다. 영국의 ‘데일리미러’ 등에 따르면 ‘애완동물 부자 리스트(Pet Rich List)’ 1위에 오른 독일산 셰퍼드 군터 4세의 재산은 3억7500만 달러에 이른다. 1991년 카를로타 리벤슈타인이라는 독일 백작부인이 숨지면서 애완견인 군터3세(군터 4세의 아버지)에게 남긴 8000만 달러의 유산이 4배 가까이 불어났다고 한다. 2위는 특유의 시무룩한 표정으로 ‘뚱한 고양이(grumpy cat)’로 유명해져 캐릭터 상품과 영화 출연으로 1억 달러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미국 암고양이 타르타 소스다.

팝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반려묘 올리비아 벤슨(9700만 달러)과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의 반려견 4마리(3000만 달러)처럼 대부분은 개나 고양이지만 의외의 동물도 있다. 2011년 급서한 영국 출판업계 거물이던 마일스 블랙웰이 키우던 스카츠 덤피 종 암탉으로 1500만 달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는 기구(Gigoo)와 ‘닥터 두리틀 2’ 같은 영화와 ‘왕좌의 게임’ 같은 드라마 출연으로 600만 달러의 돈을 벌었다는 올해 18살 된 곰 ‘바트 더 베어 2’다.

2월 23일자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런 보도엔 과장이 많다. 군터 4세는 독일의 인도적 지원단체 ‘군터 재단’이 홍보차원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와전된 경우다. 기구에 대한 이야기도 가짜 뉴스다. 블랙웰의 유산 7000만 파운드로 세워진 블랙웰 재단은 “동물복지에 많은 돈을 쓰지만 특정 암탉에게 유산이 돌아간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슈페트가 라거펠트의 유일한 유산상속자라는 관측도 과장된 얘기다. 생전 라거펠트는 2018년 4월 프랑스 잡지 뉴메로와의 인터뷰에서 “슈페트는 여러 유산상속자 중 하나”라며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갈 것이니 걱정하지 마라”고 밝힌 바 있다.

권재현주간동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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