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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美 담판 결렬, ‘올바른 거래’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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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北-美 담판 결렬, ‘올바른 거래’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다

동아일보입력 2019-03-01 00:00수정 2019-03-01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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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비핵화 의지 의심케 하는 제재 전면 해제 요구 철회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두 번째 핵 담판이 결렬됐다. “서두르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올바른 거래(right deal)’를 위해 합의 도출 실패를 선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을 치켜세웠던 김정은은 “고민과 인내가 필요했다”며 상응조치에만 집착했고 끝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충분한 사전 실무협상 없이 성급하게 마련된 정상 간 톱다운식 담판의 결말이었다.

북-미 두 정상은 어제 오전 단독·확대회담 이후 예정됐던 업무오찬과 합의문 서명식을 전격 취소했다.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각자 회담장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만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이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으나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결렬 이유를 밝혔다. 다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긍정적 진전이 있었다. 몇 주 안으로 합의되길 바란다”고 후속 협상을 벌여나갈 것임을 예고했다.

하노이 회담 결렬의 이유는 북한의 과도한 요구였다.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의 폐기만을 내걸고 그 대가로 전면적인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나아가 김정은은 영변을 넘어선 비밀 핵시설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 같은 ‘플러스알파(+α)’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북한 ‘핵개발의 심장부’인지, ‘쓸모없는 고철덩어리’인지 논란의 대상인 영변 폐기만으로 미국이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해제’ 원칙을 허무는 보상조치를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북-미는 비핵화의 개념에서조차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 듯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는 ‘북한의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즉 핵시설은 물론 핵물질과 핵탄두,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까지 완전히 폐기하는 것임을 재확인했다. 김정은은 회담 모두에 “비핵화 의지가 없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명확한 비핵화 종착점의 명시에는 끝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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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김정은이 지난해 6·12싱가포르회담에서 동의한 ‘완전한 비핵화’는 모든 핵의 완전한 폐기가 아니라, 이미 확보한 핵탄두·물질은 그대로 보유한 채 추가 핵개발을 중단하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더구나 부분적 제재 완화가 아닌 전면 제재 해제는 비핵화가 완료된 시점에만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분명한 입장임을 북한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렇게 무엇을 짓겠다는 설계도도 없이 기초공사부터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하노이 회담 결렬을 당장 북-미 대화의 파탄으로 볼 수는 없다. 특히 미국은 이번 결렬을 ‘미완의 합의’로 보고 “몇 주 안에 합의되길 바란다”며 기대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군사훈련은 오래전에 포기했다”며 지난해 중단한 한미 연합 훈련의 재개는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재는 계속 유지하되 더 강화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북 압박 강도를 높여 위기로 몰아가지는 않으면서 국면을 관리해 나가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불허의 협상가’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그래서 치밀한 협상 전략 차원에서 회담을 결렬시킨 것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신의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의 의회 청문회 증언으로 인해 정치적 코너에 몰린 상황이었다. 당장 외교적 성과에 급급해 적당한 수준의 ‘나쁜 거래’를 했다는 비판을 받기보다는 ‘올바른 거래’를 내세워 협상장을 박차고 나오는 쪽을 선택했을 수 있다.

이번 회담의 결렬은 1986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서 열린 미소 정상회담의 실패를 연상시킨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서기장은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헤어졌지만 당시의 치열한 논쟁을 토대로 1년 뒤 다시 만나 중거리핵전력 폐기 조약(INF)에 서명할 수 있었다. 하노이 담판의 결렬도 ‘북-미판 레이캬비크’가 돼야 한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로 만들어야 한다.

미국도, 북한도 재작년 말 한반도를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에 빠뜨린 대결 국면의 재연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남은 것은 김정은의 확고한 결단이다. 완전한 핵 폐기를 통한 정상국가화만이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평화로 가는 여정이 마냥 순탄할 수만은 없다. 북-미가 하루빨리 혼란과 불안을 걷어내고 비핵화와 평화의 궤도에 오르길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김정은#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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