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의 패션 談談]〈14〉인공지능에 맞설 예술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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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새해 어떤 결심을 하셨나요. 금연이나 운동,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저도 매년 결심하는 것이 있습니다. 직업이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다 보니 창조에 대한 갈증이 늘 있습니다. ‘창조’는 큰 짐이자 도전이지요. 그럴 때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등장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입니다. 말 한마디면 원하는 것들을 실현해 줍니다. “세 가지 소원만 들어 주겠다”고 조건을 다는 요정 지니처럼 인심이 야박하지도 않습니다. 전기코드만 꽂으면 얼마든 편히 누릴 수 있습니다.

동시에 두렵기도 합니다. 많은 직업들이 AI 때문에 위태롭다고 하지요. 패션디자이너도 그중 하나일 수 있습니다. 패션이 거대한 산업이 되면서 그 가능성은 더 높아졌죠. 이미 S(스몰), M(미디엄), L(라지) 등으로 기성화된 사이즈와 남녀 구분 없어진 디자인 덕분에 얼마든지 AI 디자이너가 활동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지만 아직 AI 디자이너에게 제 자리를 넘겨줄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AI와 대적할 만한 ‘예술지능’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예전처럼 낯선 여행지를 방문하거나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지만 AI를 대적하려면 더 치밀한 전략이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로 제 주변의 현상을 관찰하기로 했죠. 세상이 변하는 흐름을 보려 노력합니다. 패션의 유행도 결국 이런 현상들을 깊이 관찰하고 만들어낸 결과물입니다. 복고풍이 유행할지 미니멀(최소한의)한 패션이 유행할지. 이는 시대의 현상이 반영된 패션의 일기예보와 같습니다.

두 번째는 저만의 관점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는 데 헌신하기로 했습니다. 저만의 감정을 축적하기로 했죠. 그림을 보면서 느꼈던 저의 감정, 그날의 날씨, 나누었던 대화 등등의 기억들을 차곡차곡 쌓는 것에 헌신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는 행동입니다. 현상을 파악하고 헌신해도 행동에 옮기지 않으면 창조성을 발굴할 수 없습니다. 성공한 결과도, 실패한 결과도 있겠지요. 그 모든 결과가 아무도 훔쳐갈 수 없는 저만의 재산입니다. AI의 특징 중 하나는 실패한 경험을 반복해 발전하는 것입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패션디자이너가 직업으로 등장한 것은 불과 채 100년이 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샤넬, 디오르 같은 디자이너가 등장하기 전에는 왕실 재단사가 곧 패션디자이너였습니다. 20세기의 패션디자이너들은 그들만의 예술적 안목과 재봉틀로 세상에 없던 새로운 패션을 창조했습니다. 21세기의 패션디자이너들은 그들만의 예술적 지능과 AI로 새로운 패션을 창조할 것입니다.

여러분 새해에는 예술적 지능을 쌓아 보면 어떨까요.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현상, 헌신, 행동이 모두 ‘ㅎ’자로 시작하듯 “ㅎㅎㅎ(하하하)” 하고 생활을 즐기면 됩니다.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예술적 지능은 모든 이들의 창조의 원천입니다.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미술대 교수
#인공지능#예술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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