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포세대가 아니라 포기당하는 것… 끈기 없인 취업준비도 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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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20대가 소망하는 2019
‘소확실’ 제안 들어주세요
기성세대의 오해에 대한 20대의 항변

《“‘N포 세대’라고요? 포기하는 게 아니라 포기당하는 거죠.” “끈기가 없다고요? 끈기 없이 자기소개서 100장 쓸 수 있나요?” “놀러 다닐 생각만 한다고요? 모아 봤자 푼돈이라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요.”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전국의 20대 100명은 기성세대를 향해 자신들을 향한 선입견을 거둬 달라고 했다. 20대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그에 맞는 대책을 함께 찾자는 게 새해를 맞는 청년들의 요청이었다. 본보는 20대 청년들이 각자의 현실에서 끌어올린 ‘소소하지만 확실하고 실현가능한(소확실)’ 해법에 주목했다.》


“어른들은 우리가 한 우물을 파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평생 직장’이 무의미해진 시대라는데 여러 경험을 하고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게 우리 세대 생존법입니다.” ―황지혜(20·여·대학생)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들은 기성세대가 청년들의 처지를 안타까워하면서도 여전히 선입견을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실효성 있는 청년 대책이 나오려면 20대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취재팀은 기성세대가 20대를 바라보는 대표적인 프레임 7개를 골라 20대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카카오톡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김은지 eunji@donga.com·윤다빈 박선영 신아형 기자

▼자수성가 힘든 세대, 소소한 행복에 눈돌려

본보가 심층 인터뷰한 20대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은 기성세대와 크게 달랐다. 사회·경제적인 성취를 우선시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이들은 ‘나를 잃지 않고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것’을 성공의 핵심 요건으로 꼽았다. 여유로운 일상, 가까운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 행복을 찾는 게 20대의 대체적인 인식이었다. 응답자들이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등의 신조어를 자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대의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홍석영 한국청년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이전 세대는 노력하면 자수성가가 가능했지만 요즘 20대는 그렇지 않다”며 “기성세대가 보기에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이 ‘하향 평준화’된 것처럼 보이겠지만 20대 입장에서는 현실의 벽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도형 청년문화포럼 상임부회장은 “새로운 것에 도전해도 성취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20대에게는 여행을 좋아하는 것 역시 어찌 보면 일종의 ‘도피성 행복’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20대가 소소한 성공과 행복을 꿈꾸는 이유는 이마저도 20대에게는 녹록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연구원은 “기성세대가 ‘소소하다’고 말하는 것들이 지금 20대에게는 현실의 큰 벽을 넘어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취업은커녕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20대는 여가 자체가 많지 않다. 그 결과 ‘원데이 클래스’나 ‘취미 키트’처럼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드는 취미활동에서 행복을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이소연 기자

※본보의 ‘전국 20대 100명 심층 인터뷰’는 강동웅 공태현 김소영 남건우 박상준 박선영 신아형 여현교 염정원 이소연 최수연 기자가 진행했습니다.
#n포세대#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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