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눈으로만 봐도 아는데… 세번 헛점검한 코레일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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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마다 KTX 선로 점검하고도 이름표까지 붙어있는 두 케이블
연결 뒤바뀐 사실 파악못해 탈선
문재인 대통령 “부끄럽고 민망한 일”

코레일이 지난해 12월 고속철도(KTX) 강릉선 개통 이후 지금까지 세 차례 선로 점검을 했는데도 고장 감지 케이블이 잘못 꽂혔다는 점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각각의 케이블에 해당 선로전환기의 이름표가 붙어 있었는데도 이를 놓친 것이다.

10일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강릉선 개통 이후 코레일이 세 차례 정기적으로 선로 시설을 점검했지만 정작 고장 감지 케이블이 잘못 꽂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코레일 측은 9일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한 브리핑에서 “(철도시설공단이 선로전환기를 설치한) 지난해 9월 17일 최종 점검이 있었으며 이때 (이미) 결손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만 했다.

철도안전법과 코레일 내부 규정에 따르면 운영 중인 철도 구간에 대해 코레일은 분기(3개월)마다 정기 안전점검을 해야 한다. 국토부는 원래부터 잘못 꽂았다는 코레일 측 추정이 맞다고 해도 코레일이 케이블 접속 오류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적어도 세 번 있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케이블에 이름표까지 붙어 있었는데도 이걸 못 봤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아직 관련 설비 인수인계가 끝나지 않아 점검을 하더라도 우리가 이를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인수인계가 끝나기 전이라도 운영을 시작했다면 법적으로 유지·보수 책임은 코레일에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철도시설공단에 지난해 선로전환기 설치 당시 실시한 안전점검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고장 감지 케이블은 선로전환기의 고장 여부를 관제센터에 알려주는 장치다. 사고 당일 앞서 출발했던 2대의 열차는 선로전환기가 고장 나지 않아 감지 케이블이 잘못 꽂혀 있었어도 운행에는 지장이 없었다. 오전 7시 30분에 출발한 열차는 잘못 꽂힌 케이블 때문에 고장 난 선로전환기가 제때 고쳐지지 않아 사고가 났다. 국토부는 누군가 케이블을 고의로 바꿔 끼웠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케이블을 새로 끼우려면 전기를 차단하고 열차 운행을 중단해야 해 중간에 누군가 바꿔 끼우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께 송구하고 부끄러운 사고”라며 “우리의 교통 인프라가 해외로 진출하고, 더 활발한 진출이 추진되고 있는 마당에 민망한 일”이라면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사고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내사에 착수했다.

강성휘 yolo@donga.com·한상준 기자
#코레일#ktx#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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