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메르켈’ 시대…흔들리는 EU 정치지형

  • 뉴시스
  • 입력 2018년 10월 30일 10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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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로 있던 13년은 매일이 도전이자 명예였다. 그러나 이제는 새로운 장을 시작할 시간이다.”

13년간 독일을 이끈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29일(현지시간) 2021년 9월까지인 이번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2000년부터 맡아온 기독민주당(CDU) 대표직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달 독일 바이에른, 헤센 등 주회 선거에서 기민당과 손을 잡고 있는 기독사회당이 참패한 데 이어 기민당의 지지율이 폭락하는 모습을 모였다. 대연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외면이 수면으로 올라온 것이다.

메르켈 총리의 리더십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시기는 유럽 이민 위기가 한창이던 2015년부터이다.

당시 메르켈 총리는 이민자들에 국경을 개방하며 100만명 이상의 망명 신청을 받았다. 시민들은 이민자 유입을 사이에 두고 첨예하게 찬반으로 갈렸다. 독일에서 금기시 되던 극우파 역시 수면으로 드러나는 등 사회적 혼란은 심화됐다.

가디언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대연정 3당에서는 메르켈 총리의 빈자리를 매울 후계자를 찾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아네그레크 크람프카렌바워 기민당 사무총장은 메리켈 총리가 차기 대표로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크람프카렌바워는 이날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다. 메르켈 총리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 싶지 않다며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기민·기사당 연합의 대표를 지낸 프리드리히 메르츠도 유력한 경쟁 후보다. 그 밖에 메르켈 총리의 난민 유입 정책에 반대해온 옌스 슈판 보건장관,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도 주요 인물로 꼽힌다.

유럽정책센터의 선임연구원인 재니스 에마눌리디스는 “총리의 세력은 이미 지난 몇달에서 몇년에 거쳐 약해진 상태였으며, 지금에서와 다시 강력해질 순 없다”며 “독일에서의 권력 공백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의 정치 지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일부 유럽연합(EU) 외교관들은 올해 12월에 치러질 EU 정상회담에서 유럽 이민 정책에 대한 진전과 유로존의 변화에 대해 본격적인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해왔다.

그러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EU의 리더 역할을 해온 메르켈 총리의 공백으로 EU 정책도 답보 상태에 머무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일부 고위 관료들은 메르켈 총리의 세력 약화가 전 유럽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정당에 대한 신뢰 감소, 급진적인 좌-우로의 양극화, 정치적 분열 등은 현재 EU 28개국 정부들이 모두 마주하고 있는 정치적 현실이다.

메르켈 총리의 부재로 인한 유럽의 불확실성을 과장해선 안 된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라슬로 언도르 전 유럽집행위원은 메르켈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과도한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드라마는 메르켈의 몰락이 아니다. 이는 사회민주당의 붕괴다”라며 “메르켈 총리가 부재하더라도 독일 정치의 구조적 중요성은 유지될 것이다”고 말했다.

카네기 유로피언 싱크탱크의 주디 뎀프시 베를린 담당자는 “유럽 사람들은 그녀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시민들이 유럽에서 원하는 정책에 대한 장기적인 전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메르켈 총리가 대담하게 유럽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으며, 마크롱 대통령의 야심찬 의제였던 유로존 개혁에 대한 대응책을 놓쳤다고 주장했다.

뎀프시는 이어 “메르켈 총리는 데크노크라케스식 유럽을 믿는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그게 어떤 것인지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메르켈이 EU집행위원회 위원장 혹은 유럽정상회의 의장 등의 유력한 후보로 꼽히고 있다고 전했다. 두 자리 모두 2019년 말에 공석이 될 예정이다.

독일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재 메르켈 총리는 EU의 어떤 직책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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