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73〉교과서도 어려워하는 외래어 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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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마요네즈’라는 표기가 어색한 사람들도 있다. ‘마요네에즈(×)’나 ‘마요네이즈(×)’가 더 익숙한 사람이다. 맞춤법을 잘 모르는 무식한 사람들도 아니다. 1980년대에 중등교육 과정의 교과서에는 프랑스어인 마요네즈(mayonnaise)에 대한 표기가 그렇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마요네즈’라는 표기가 오히려 낯설 수밖에.

교과서 표기가 전면 개정될 만큼 외래어 표기법은 어렵다. 소리의 체계가 다른 말을 적는 일이다. 우리말 소리의 원리와 원어의 소리. 서로 다른 이들을 어떻게 조율해 적는가를 결정하려니 어려울 수밖에. 그래도 기본 원리는 있다. 실험해 보자. 아래에서 잘못된 표기를 골라 보자.

“생일에 케잌만 주는 게 어디 있냐?
나는 비싼 테니스 라켙을 선물했었는데.”


‘케잌(×)’과 ‘라켙(×)’은 모두 틀린 표기다. 먼저 ‘라켙(×)’은 라켓(racket)이라 적는다. 앞서 본 예에 따라 ‘라케트(×)’로 적어서는 안 된다. 원어의 말소리에서 너무 멀어진다. 이에 비하면 ‘라켙(×)’은 원어의 소리에 가깝다. ‘ㅌ’으로 원어에 있는 ‘t’ 소리를 밝힐 수 있어 더 좋은 표기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말의 발음은 그렇지 않다. 주격조사 ‘이’를 연결해 읽어 보자. 누구든 [라케시]로 소리 낸다. 이 마지막 ‘시’의 ‘ㅅ’ 소리 때문에 ‘라켓’이라 적어야 한다.

모음조사를 연결했을 때 나타나는 소리를 받침에 밝혀 적는 것이 우리말 발음과 표기의 원리다. 모음이 연결될 때 뒤로 넘어가는 소리는 앞말의 원래 받침이다. 로봇(robot), 로켓(rocket)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에 모음을 연결했을 때 ‘ㅅ’이 나타난다. 그래서 받침에 ‘ㅅ’을 밝혀 적는다. 이와 혼동될 수 있는 단어가 ‘케이크’다. 이 단어에 ‘cake을’을 읽어보자. ‘케이글’이라고 읽히니 ‘케익(×)’이라 적어야 할 듯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케이크’라 적어야 한다.

왜 그럴까? 이 역시 원래 말의 발음과 관련된다. 원어 ‘cake’의 ‘a’의 발음을 사전에서 확인해 보라. ‘라켓’이 짧은 모음인 반면 ‘케이크’는 [eı]로 되어 있다. 이렇게 원어가 장음이거나 이중모음인 경우에는 ‘케이크’처럼 마지막에 ‘으’를 첨가해 발음해야 한다. 그래야 원어의 발음보다 더 짧게 발음하는 문제가 해결된다.

비슷한 원리가 적용되는 예로 ‘플루트(flute)’가 있다. 이 악기 이름 역시 ‘플루시(×)’라고 발음할 수 있지만 ‘플룻(×)’이라 적지 않는다. 이 모음 역시 장음이다. ‘플루트’라 적고 ‘풀루트가’라 말해야 한다. 그래야 원어의 발음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외국어를 한글로 적는 것을 ‘외래어 표기법’이라 한다. 외래어 표기법은 원래 복잡하고 정말 어렵다. 모든 외래어 표기를 외울 수는 없는 일이다. 기본적인 원리만 기억해 두고, 필요할 때 ‘국립국어원’(korean.go.kr)의 ‘외래어 표기’에서 해당 표기를 검색하는 것이 더 쉽고 편리하다. 이 사이트의 ‘누리집’에서 ‘자주 나오는 질문’을 검색하면 일반적인 오류도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
 
김남미 홍익대 국어교육과 교수
#맞춤법#외래어#발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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