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한규섭]빅데이터로 살펴본 유권자의 정책 우선순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9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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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분석 결과 ‘교육’ 자주 등장, 교육에서 실패하면 지지율 하락할 듯
부동산, 북한 관련 단어 언급은 적어 정책 성공해도 지지율 상승엔 의문
유권자는 생활밀착형 이슈에 큰 관심… 정책적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 필요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임기 초반 80%에 육박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50% 초반대로 하락했다.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모든 대통령이 그랬고 미국에서도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학계에서는 ‘반대층의 연합현상(Coalition of Opposition)’으로 해석한다. 정책을 시행할 때마다 해당 정책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여러 정책의 반대층이 축적되면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한다는 이론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아무런 정책도 추진하지 않을 수는 없으니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정책 추진에 있어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하락 속도를 늦출 수는 있다. 많은 유권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한 정부 정책이 지지율 관리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필자는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관위와 공동으로 ‘우리 동네 공약지도’를 구축해 후보자와 유권자들에게 제공한 바 있다(www.nec.go.kr 참조). 2014년 민선 6기 지방자치단체 출범 후 4년 동안 17개 광역단체와 245개 기초단체별 언론 기사 630만여 건, 지방의회 회의록 10만여 건, 중앙선관위에 접수된 유권자 희망공약 2100여 건을 전수 분석했다.

우선 이 중 언론 기사를 분석해 보면 ‘교육’은 17개 광역단체 중 16개(3만9529회), 245개 기초단체 중 215개(4만4558회)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최상위 20개 단어에 포함됐다. ‘청소년’(15개 광역, 178개 기초) ‘학교’(15개 광역, 92개 기초) 등의 교육 관련 단어도 최상위권에 포함됐다.

‘유권자 희망공약’에서도 ‘아이’(1위·616회) ‘학생’(2위·392회) ‘학교’(3위·327회) ‘교육’(5위·297회) 등 교육과 관련한 단어가 최상위권을 휩쓸었다. 가히 교육공화국이라고 부를 만하다. 최근 교육부총리가 경질되고 입시 관련 공론조사가 결론 없이 끝나 책임 떠넘기기 논란까지 빚은 상황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정부가 ‘교육’ 정책에서 실패하면 많은 지지자가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정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강남 아파트값을 잡기 위해 9·13대책을 내놓았다. 16개월 만에 문 정부가 내놓은 여덟 번째 부동산대책이다. 그만큼 현 정부가 공을 들이는 이슈로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은 이 문제를 얼마나 중요한 현안으로 느낄까? 빅데이터 분석 결과, ‘아파트’가 최상위 20개 단어에 포함된 지역은 17개 광역단체 중 7개, 245개 기초단체 중 84개 정도였다. 즉, 전국 3분의 2의 지역에서는 관심 밖의 문제였다. ‘안전’은 14개 광역단체, 150개 기초단체에서 최상위 20위 안에 포함됐다. ‘기업’(11개 광역단체) ‘전통시장’(88개 기초단체)도 ‘아파트’보다 순위가 높았다. ‘희망공약’에서도 ‘아파트’는 159회 등장(16위)해 상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많은 유권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집값을 안정시켜야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성공한다 하더라도 부동산대책이 대폭적인 지지율 상승을 견인할지는 의문이다.

종전선언이나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등도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사안으로 보인다. 이들은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이슈일까? 전국을 통틀어 보면 어떤 북한 관련 단어도 상위 20위권에 포함되지 못했다. 파주시 연천군 등 접경지역에서만 ‘DMZ’나 ‘평화누리길’ 등이 관심 사안으로 나타났을 뿐이다. ‘유권자 희망공약’에서도 최상위 50위 안에 북한 관련 단어는 없었다. 평화와 통일을 바라는 마음이야 당연하겠지만 지지율을 견인할 이슈인지는 의문이다.

지지율에 집착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규범에 맞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높은 지지율이 원활한 국정 운영의 필요조건이 된 지 오래다. 빅데이터가 보여주는 유권자들의 정책 우선순위는 분명해 보인다. 교육, 안전, 경제 등 생활밀착형 이슈에 방점이 찍혀 있다. 현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정책적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한규섭 객원논설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교육#부동산#유권자#정책#빅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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