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드갈의 한국 블로그]‘단팥’ 빠져버린 다문화학술대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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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최근처럼 더운 날씨를 겪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어디를 가나 더위를 탄 사람이 많이 있고 무더위 때문에 발생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가끔은 무더운 한국의 여름 동안에는 시원한 몽골에 가고 싶다. 반면 평균 영하 25도에서 영하 30도까지 기온이 떨어지는 몽골의 추운 겨울엔 추위를 피해 한국에서 지내고 싶다. 사람은 원래 이렇게 이기적인가 싶을 정도로 편한 것만 추구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며 그것이 존속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한다. 어쩌면 이런 게 본능일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 살면서 이주여성을 바라보는 시선과 배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때로는 비판하고 싶을 때가 있다. 얼마 전 친구를 보려고 연세대에 들렀다. 사실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서 신나게 수다를 떨려고 했다. 하지만 친구와 대화하는 대신 그곳에서 열린 한국이민정책학회의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초대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필자는 관련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아 대회장에 들어갔고 관계자들과 한자리에 앉았다. 그 자리에는 다문화에 관심이 있는 교수부터 시작해 다문화 관련 업무를 맡은 공무원 등이 많이 참석했다. 그러나 정작 다문화인은 그 자리에 없었다. 학회의 목적은 보다 나은 이민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질문하고 답변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왕 이렇게까지 학술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열정이 있다면 관련 다문화인들도 불러 의견을 내놓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정식으로 초대를 받은 것도 아니어서 그냥 듣기만 했다.

그러나 학술대회 진행을 맡은 사회자를 간절하게 바라본 덕분인지 말문을 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사항을 말했다. 첫째,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발표자는 “센터 이용자들은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았다”고 했다. 이런 언급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이용자 대상 만족도 조사와 관련된 것이었다면 별반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발표자는 결혼이주여성의 자녀양육 실태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연구 주제와는 별로 관련이 없는 내용을 늘어놓았다.

두 번째 지적 사항은 한국이민정책학회와 복지국가연구센터가 주최하는 학술대회인 만큼 작은 학회는 아닌데도 불구하고 학회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한국에는 유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배경의 다문화인이 살고 있다. 학술대회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보다 진심이 담기려면 다문화 네트워크에도 개최 소식을 알렸어야 했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다문화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취업 제도 및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필자는 다문화 관련 실무자이자 당사자이다. 이민정책에 대해 이론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현장에서 느낀 점을 솔직하게 전달했다. 한 가지 사례로 결혼이주여성이 초중학교에서 다문화 인식 개선과 이중언어 강사로 받는 급여가 월 20만∼70만 원이다. 다문화 인식 개선 강사는 방학 등과 겹치는 1∼3월에는 아예 급여를 받지 못한다. 이중언어 강사도 시간당 1만 원을 조금 넘게 받는다. 이런 정책으로 정부가 다문화 관련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는 점이다. 이 자리에선 싱가포르의 이주민 정책도 소개됐다. 하지만 깐깐한 싱가포르의 이민정책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우리는 싱가포르보다 훨씬 좋은 정책을 가지고 있으며 참석자 모두 수고가 많다’고 여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정말 다문화와 관련해서 꼭 필요한 주제를 연구하고 그것을 학회에서 발표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다문화 관련 학자, 전문가, 공무원 등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면 필자처럼 충분히 다문화사회에 대해 걱정하며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에게도 행사 개최를 알려줬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분명 짬을 내서라도 참석하려고 했을 것이다. 다문화인들과 함께 만드는 보다 성숙한 다문화 사회를 기대한다.

벗드갈 몽골 출신 서울시립대 대학원 행정학과 재학
#다문화학술대회#결혼이주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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