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역전쟁·달러강세·高유가… 韓國경제 덮치는 ‘삼종세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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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이 1104.9원으로 마감했다. 작년 11월 20일(1100.5원) 이후 약 7개월 만에 가장 높고, 올해 1분기 평균 환율 1072.3원에 비하면 3개월 남짓 만에 2.6%나 오른 것이다. 대표적인 국제유가 지표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 가격은 전날 배럴당 63.59달러를 기록했다. 연초 예상했던 배럴당 50달러 안팎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대외요인에 따른 고환율 고유가는 그렇지 않아도 성장률 저하, 고용쇼크 등으로 내부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대개는 원화 환율이 오르면 상대국에 대해 가격 경쟁력이 생겨 수출이 잘된다. 그래서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한국으로서는 환율문제에서 늘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문제였지, 오르는 걸 걱정한 적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만큼은 사정이 다르다. 이번 환율 상승을 촉발한 원인이 우리 경제에 가져다줄 장기적인 충격이 환율이 올라 반짝 얻게 될 혜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원화 환율이 크게 오른 가장 큰 이유는 미중 무역전쟁 소식이다. 지난주 미국과 중국 정부가 서로 500억 달러어치의 제품에 25%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미국은 한국의 수출 대상국 1, 2위이다. 이 정도의 관세 조치면 수출 물량이 급격히 줄기 때문에 환율이 올라 수출 기업의 채산성이 다소 좋아진다고 해도 국가 전체적으로 받게 될 타격은 짐작조차 어렵다.

고유가 추세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기름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으로서는 휘발유, 경유값이 당장 민생에도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의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장기적인 물가상승 부담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무역전쟁이나 유가상승 등은 우리로서는 별다른 대처방안이 안 보이는 대외 변수란 점이다. 이런 흐름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국내에서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논란으로 복닥거리는 동안 어느새 집채만 한 파도가 우리 문 앞을 덮치려 하고 있다.
#무역전쟁#달러강세#고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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