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병주]세종 즉위 600주년… 업적을 문화로 만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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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1418년 6월 태종은 세자인 양녕대군을 폐위하고 충녕대군을 세자로 삼았다. 그리고 2개월 뒤 스스로 상왕으로 물러나면서 우리 역사 속 최고 성군인 세종이 탄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해는 세종 즉위 6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세종은 즉위 후 ‘민본 정신’ 즉, 백성이 곧 나라의 근본이라는 믿음 아래 백성 위에 군림하는 왕이 아니라 백성과 함께하고자 하는 나라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세종의 민본 정신은 15세기 조선의 정치와 경제, 과학,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원천이었다. 필자가 역사 강연에서 세종 시대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면 세대마다, 지역마다, 혹은 사회적 여건에 따라 그 소감이 달랐다. 누군가는 세종의 정신에서 민주주의를, 누군가는 인재 등용의 지혜를, 또 다른 누군가는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이 가장 큰 덕목이었다고 말했다.

훈민정음, 집현전, 자격루, 1430년의 국민투표 등 세종과 당시의 신하, 백성들이 합의하여 도출한 성과들은 기록으로만 이어져 온 것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 문화유산에서도 그 흔적들을 찾을 수 있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은 조선의 법궁 경복궁은 그 명칭에서도 근정전, 사정전 등 왕이 솔선수범하여 검소하고 절약하며 민생을 안정시킬 책임과 의무를 강조한 궁궐이었다. 대부분의 왕이 이에 큰 압박을 느꼈던 반면, 세종은 유교 이념의 원칙에 따라 지어진 경복궁을 사랑하고 적극 활용했던 왕이다. 한글 창제의 고민을 만날 수 있는 수정전(과거 집현전)을 비롯하여 화려했던 조선시대 과학기술의 집합소 흠경각, 신하들과 연회를 베풀었던 경회루, 왕자의 출생을 염원하고 소헌왕후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마련한 건순각 등 전각 곳곳에서 경복궁의 진정한 주인이었던 세종의 인간적인 모습과 업적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올봄, 이 경복궁에서 세종이 꿈꾼 태평성대가 문화예술로 되살아난다. 제4회 궁중문화축전은 조선의 가장 찬란했던 문화를 간직한 궁궐과 종묘에서 열리는 우리나라 대표 문화유산 축제이다. 특히 올해는 세종의 다양한 업적을 되짚어 보는 뮤지컬은 물론이고 한글의 미학과 실용성을 다양한 타이포로 풀어낸 전시, 그가 사랑한 아름다운 선율을 고즈넉한 궁궐 속에서 만나볼 수 있는 음악회까지 다채로운 형태로 우리를 초청한다.

세종을 떠올리면 소통과 포용, 화합 등 이 3개의 단어가 유독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신분이나 정파에 관계없이 인재를 널리 등용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백성을 사랑한 그의 민본 정신이 우리 시대에 주는 가장 큰 가르침이 아닐까? 이번 축전에서는 조선시대 왕실과 백성이 하나가 되었던 거대 종합예술 ‘산대희’도 펼쳐져 온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무대로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화합의 장에서 시대를 관통하는 세종의 정신을 접하며 궁궐과 문화의 향취에 흠뻑 취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세종대왕#세종 즉위 600주년#민본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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