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신윤식]4차 산업혁명이 국운 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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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식 전 하나로통신 회장
신윤식 전 하나로통신 회장
제4차 산업혁명은 기술 융·복합으로 인해 촉발되는 변화다. 국가와 사회 전반에 거대한 변혁을 일으킨다. 2025년경 4차 산업혁명 성패에 따라 새로운 세계질서가 형성돼 선·후진국이 결정된다. 국가 운명이 향후 3년의 준비에 달렸다. 이를 위해 정부의 다음과 같은 정책 마련을 요청한다.

첫째,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이 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출범했지만 존재감은 미약하다. 존재감을 높이려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총리와 민간 전문가를 공동 부위원장으로 하는 ‘합의제 행정기관’이 돼야 한다. 게다가 융·복합 사회에서는 단일 부처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수평적 협력과 조정을 하는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위원회가 빅데이터를 활용해 정책 결정, 실적 평가, 정책 조정 등의 권한을 가진 4차 산업혁명의 견인차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정부가 규제를 혁파하고 산적한 난제들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 총리실 분석에 따르면 정부 규제의 34%는 현재 법령을 그대로 두고 장관의 해석만으로도 폐지가 가능하다. 또 일자리위원회는 4차산업혁명위원회에 통합돼야 한다.

둘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가계통신비 절약을 위해 2만 원대의 보편 통신요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의 반대로 실패만 거듭하고 있다. 현재처럼 이동통신 3사의 독과점 불공정 시장으로는 정부가 바라는 가계통신비 인하는 불가능하다. 차라리 정부 주도로 제4이동통신회사를 만들어 공정경쟁 시장 생태계를 조성한 뒤 시장에 맡기는 게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 우정보험기금 등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중견·중소기업이 참여하면 통신요금 44% 인하가 가능하다. 이렇게 되면 가계에는 8조 원의 가처분소득이 발생해 13만여 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전문가의 의견도 있다.

지난해 통신 3사 매출액은 53조 원을 넘었다. 이 중에서 가계가 부담하는 순수통신비는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이통 3사는 정부 정책에 반대만 하지 말고 그동안 쌓아온 자본력 기술력 경영능력을 바탕으로 4차 산업혁명 성공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벤처 창업이 많아져서 양질의 청년일자리를 대량 창출할 수 있는 벤처투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미국, 중국 등은 창업 아이디어만 좋으면 벤처펀드들이 무조건 투자한다. 성공해도 지분의 20%만 회수하고 실패해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국내에서는 창업 실패와 동시에 부채가 쌓여 재기가 불가능한 구조다. 중국 대학생은 40%가 창업을 하려 하는데 한국 대학생은 1% 정도만 창업한다.

넷째, 사물인터넷(IoT)의 혈맥인 5세대(5G) 무선 네트워크는 공공의 자원으로 관리돼야 한다. 2025년경이면 5G가 융합산업 등에서 혁신의 원동력이 된다. 다만 4G처럼 6조7000억 원의 주파수판매대금이 고스란히 통신비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이미 다가오고 있다.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연구소, 학계 등이 함께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

신윤식 전 하나로통신 회장
#4차 산업혁명#기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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