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진주목걸이’와 ‘다이아몬드’ 사이에 낀 한국 외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1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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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을 최대한 높여가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일각에선 내 어조가 너무 강하다고 하지만 (북한은) 약한 어조로는 통하지 않는 상대”라며 ‘최대 압박’의 대북정책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두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전략’을 공동 외교전략으로 표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미일 두 정상이 내세운 ‘인도 태평양’ 협력은 기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넘어 인도양을 거쳐 중동 아프리카까지 아우르는 협력의 시대를 열자는 것이지만 그 바탕엔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아베 총리가 작년부터 주창해온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 전략’은 미국과 일본, 인도, 호주의 4국 간 ‘다이아몬드 안보협력’을 통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 미국도 적극 호응하면서 중국은 ‘대중(對中) 포위전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그동안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의 주요 항구를 하나씩 꿰어 연결하는 ‘진주목걸이’ 해양 실크로드 구상을 추진해왔다. 이에 맞서 미일 동맹을 바탕으로 인도 호주까지 묶는 안보구상이 ‘인도 태평양 전략’인 셈이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주변국 간 영토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진주목걸이’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국의 ‘다이아몬드’는 자칫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다이아몬드 구상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았지만, 북핵문제로 한미일 3국 공조가 강조되는 시점에 한국은 난감한 처지에 놓일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일에서 아베 총리와의 밀월관계를 한껏 과시하면서도 통상문제에선 “미국은 일본에 의한 막대한 무역적자로 고통받고 있다”며 ‘일본 때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더 많은 미국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며 노골적인 판촉활동도 했다. 북핵 문제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누구와도 마주 앉을 것”이라며 김정은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 놨다. 변덕스러우리만큼 가변적이고 예측불허인 데다 과정보다는 성과를 중시하는 사업가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늘 한국을 방문한다. 1992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이후 25년 만의 국빈방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을 중시하면서 중국과도 돈독한 균형 있는 외교’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사이에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과는 북핵 해법을 둘러싼 인식의 차이부터 줄여야 한다. 1박 2일의 짧은 방한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최대한 설득하되 보조를 맞추면서 공동의 이해 기반을 넓히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아베 신조#인도 태평양 협력#시진핑#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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