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임우선]혁신학교와 좋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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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지난주 교육부에는 교육부 정책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인사가 있었다. 바로 교육부 3대 실장 중 하나인 학교정책실장에 이중현 전 경기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관(61)이 임명된 것이다.

이 실장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경기도교육감이던 시절, 그의 3대 브랜드(무상급식,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중 하나인 혁신학교를 현장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인물이다. 경북과 경기 지역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던 그는 2007년 교장 공모제를 통해 경기 양평 농촌 지역의 한 혁신학교 교장이 됐다. 그곳에서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수업 모델을 제시하며 전교생 100명이 안 됐던 폐교 위기의 학교를 서울 아이들까지 전학 오는 두 배 규모 학교로 키워냈다. 언론이 여러 차례 조명한 ‘스타 교장’이었던 그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시절 도교육청 학교혁신과 장학관으로 일했다. 그가 없었다면 혁신학교가 김 부총리의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이번 인사는 교육부가 혁신학교 강화 정책을 펼 것임을 시사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안 그래도 싸움판인 교육계에 더 큰 내홍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교육계는 이미 혁신학교가 좋으냐 나쁘냐를 두고 수년간 공방을 벌여 왔다. 통상 진보는 혁신학교 확대를 적극 지지하며 혁신학교에서 새로운 공교육의 희망적 모델을 찾는다. 반대로 보수는 혁신학교가 이념적 편향성을 가진 전교조 학교이며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야기하는 문제적 학교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평범한 학생, 보통의 학부모에겐 정치 이념에 매몰된 이런 논쟁 자체가 개탄스럽다. 교육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국민에게는 그저 좋은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만이 있을 뿐 ‘혁신학교’인지 아닌지 문패 따위는 나중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마음을 다해 교감하고 실력으로 가르치며 학생이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만드는 교사가 많은 학교, 내 아이의 오늘과 내일에 도움이 되는 학교는 좋은 학교이다. 혁신학교든 일반학교든, 자사고든 특성화고든 그렇지 못한 학교는 학생과 학부모에게 그저 나쁜 학교일 뿐이다.

당장 등교와 동시에 하교 시간만 기다리며 6교시 중 5교시를 잠자는 아이들이 가득한 일반 학교가 지천인데 혁신학교를 통해 이를 바꿔 보려는 시도를 폄훼해선 안 된다. 반대로, 민주와 자율만 외칠 뿐 정작 학업은 100점 만점에 20점도 못 맞는 ‘기초학력 미달자’가 넘쳐나는 지금의 혁신학교로는 국민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다. 결국 핵심은 정치색을 떠나 학생과 학부모가 그리는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절충점을 찾아가는 데 있다.

이번 인사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말이 많다. 무엇보다 이 실장이 교육부 과장이나 국장을 전혀 거치지 않고 바로 실장(1급)이 된 전례 없는 사례라는 점에서 ‘벼락출세’, ‘낙하산 인사’라는 말이 돈다. 그가 과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초대 경기지부장을 지냈다는 점, 경력이 초등 쪽에만 집중됐다는 점, 정년퇴직이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결국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방법은 실력과 진정성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혁신학교’라는 브랜드에 집착하기보다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좋은 학교 만들기에 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그래서 좌우 모두의 박수를 받는 교육부가 되길 기대한다.
 
임우선 정책사회부 기자 imsun@donga.com
#혁신학교#혁신학교 강화 정책#무상급식#학생인권조례#김상곤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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