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각은/최영록]창덕궁 승정원 복원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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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대표적인 관찬사서 중 ‘승정원일기’가 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단일 서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역사문헌이다. 조선 전기 기록은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인조∼순종 288년간의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필사본 3243책, 유일본이며 글자 수가 2억4000여만 자에 이른다. 매일의 날씨, 왕과 왕실의 진료 내용, 각종 공문서, 국왕과 신하의 대화 등이 기록돼 있어, 이제껏 몰랐던 조선왕조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다.

승정원은 지금의 대통령비서실에 해당한다. 사극에서 보는 도승지가 오늘날 비서실장(장관급)이며, 5명의 승지는 수석비서관에 해당된다. 대통령비서실이 중요한 기관인 만큼, 조선 500년 동안에도 승정원은 아주 중요한 기관이었던 게 틀림없다. 따라서 정치를 펴는 인정전(창덕궁의 정전) 바로 근처에 승정원이 자리 잡은 것은 당연한 일.

얼마 전 창덕궁을 관람했다. 복원된 궐내각사 내각을 지나고 법전 인정전을 거쳐 편전 선정전으로 가려고 협문을 통과하는데, 바로 옆에 있어야 할 승정원이 보이지 않았다. 세계에서 인정한 자랑스러운 기록유산의 산실인 승정원이 빈터로 있었다.

문화재청은 창덕궁을 복원하면서 승정원을 왜 우선순위로 하지 않았을까. 순조 연간에 그렸다는 동궐도에도 명기된 승정원은 어떤 경우에도 복원이 됐어야 하지 않을까. 궐내각사 중에도 승정원만큼은 가장 먼저 복원했어야 했다. 버락 오바마도 대통령 시절 방한하여 경복궁을 관람하던 중 ‘조선왕조실록’의 명성을 듣고 “어떻게 그런 기록이 있을 수 있느냐. 믿을 수 없다”며 놀랐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다른 궐내각사의 복원이 중요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다. 승정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엇보다 크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의 창덕궁 복원율이 30%대라고 한다. 언제 위대한 문화유산인 궁궐의 제 모습을 다 볼 수 있을까. 복원을 한다 해도 역사를 제대로 알고 제 모습대로 해야 완벽한 복원일 터. ‘날림 복원’은 안 하는 것만 못하다는 목소리들도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창덕궁의 승정원 복원은 중요하고도 시급한 일이다.
 
최영록 경기 성남시 분당구
#승정원 일기#창덕궁 승정원 복원#대통령비서실#날림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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