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을 위한 김호의 ‘생존의 방식’]Que Sera, Sera… 될 일은 되고야 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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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대부분의 사람에게 늘 궁금한 것 중 하나가, 내게 벌어지는 일에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운)과 어찌할 수 있는 것(노력)의 상관관계다. 승진이나 연봉 인상, 좋은 직장으로의 이직 등 좋은 일들이 있는가 하면, 승진 누락, 연봉 동결, 해고 등 안 좋은 일들도 벌어진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원인을 설명하려는 방식을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으로 설명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성공에 대해서는 “역시 내 노력 때문이야”와 같이 자신의 기질을 들어 설명하려 하고, 반대로 실패에 대해서는 “평가가 공정하지 않았어”와 같이 상황을 들어 설명하려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이기적 편향(self-serving bias)이라고 부른다.

사회심리학자로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보통의 성공=재능+운’ 그리고 ‘대단한 성공=약간 더 많은 재능+약간 더 많은 운’이라는 공식을 소개한다. 살아가면서 경험하는 크고 작은 성공에는 노력도 있지만, 운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 많다. 1년 넘게 격주로 써 오고 있는 이 칼럼도 내게 글 쓰는 기술이 있어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면 오만한 이야기다. 이런 성격의 칼럼을 쓸 필자를 찾고 있을 때 나를 떠올리고 추천했던 사람이 있었고, 큰 반대가 없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운이 7, 실력이 3이라는 ‘운칠기삼’이 단순한 농담은 아니다.

삶에서 운이 차지하는 적지 않은 비중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노력하며 살아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회의감이 들 때도 있다. 어디까지 노력을 해야 하고, 어디서부터 운에 맡겨야 할까. 내 고민을 듣고 있던 동창의 추천으로 읽은 책이 마이클 싱어의 ‘될 일은 된다’였다. 그는 40년째 미국 플로리다에서 명상과 요가를 해오면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까지 오른 탁월한 작가이기도 하다. 놀랍게도 그는 1980년대 독학으로 숲속에서 컴퓨터를 공부해 미국 내 병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디컬 매니저’라는 원무처리 시스템을 만들었고,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로 근무했으며, 미국 스미스소니언재단에 놀라운 성취를 이룬 사람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그는 평생 자신의 삶을 통해 ‘맡기기 실험(the surrender experiment)’을 해왔는데 그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그의 생각을 직장인의 상황에 대입하여 소개해보자. 직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좋은 일이든 아니든 간에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법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매일 벌어지는 일에 대해 우리는 좋다, 싫다라는 감정을 갖게 되고 보통 이에 따라 반응을 결정한다. 싱어는 명상을 할 때 잡념을 내려놓는 것처럼 삶 속에서 어떤 사건을 접할 때 좋다, 싫다라는 감정에 휩싸여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를 권한다. 오히려 이 사건이 내게 벌어진 것은 많은 인연과 의미가 있어 발생한 것으로 바라보고 스스로에게 이 상황에 내가 기여하는 방식이 무엇일지를 생각해 보라고 한다.

회사가 나를 해고했다고 치자. 싱어가 말한 원리를 대입한다면 우선 내가 처하게 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회사의 행동을 옳다고 받아들이라는 뜻이 아니라 내가 회사를 떠나게 된 상황을 싫다, 좋다가 아닌,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 상황에 담긴 의미가 무엇이며, 여기에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바가 무엇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누구는 회사에 문제를 제기하여 불공정한 인사정책을 바로잡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또 누구는 일과 직장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도 한다. 정답은 없다.

싱어가 직장인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면 살아가면서 벌어지는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내게 벌어지는 일에는 운이 크게 작용할 수 있으나, 그에 대응하는 나의 자세와 생각에서 보다 나은 노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그 노력이란 감정에 휩싸여 반응하기보다 각 상황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을 찾아내는 것이다. 긴 추석 연휴가 시작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께 좋은 운이 함께하길 응원한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 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운과 노력의 상관관계#귀인이론#운칠기삼#맡기기 실험#일희일비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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