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투 더 동아/8월 11일]‘아시아 물개’ 조오련, 대한해협을 건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1일 15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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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도에 도착해 태극기와 동아일보 사기를 번쩍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수영선수 조오련. 동아일보DB
대마도에 도착해 태극기와 동아일보 사기를 번쩍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수영선수 조오련. 동아일보DB
어둠 속의 바다는 환상적이었다. 형형색색의 플랑크톤과 나란히 헤엄쳐 나갈 때는 은하수를 떠가는 것 같았다. 꿈같은 바다를 즐기고자 조명등도 껐다. 바다를 건너는 건 그렇게 아름다웠다.

‘13시간 16분 10초’. 1980년 8월 11일 수영선수 조오련(1952~2009)이 부산 다대포 반도조선방파제를 출발해 대마도 소자키등대에 도착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대한해협 도영의 예상 목표는 18시간이었지만 밀려온 조류를 타면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파도가 높아 몇 차례나 출발일을 연기했던 터였다. 11일은 조수간만의 차가 극심할 것으로 알려져 선원들도 고기잡이를 꺼린 날이었다. 그런데 이날 바람이 잦아들었다. 0시 5분, 조오련은 망설임 없이 물 속에 뛰어들었다. 야간수영은 수영장에서만 했을 뿐 바다에서의 훈련은 3~4시간 정도여서 주변 사람들의 걱정이 컸다. 그러나 그는 “밤의 바다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조명등이 거추장스러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낮은 수온을 견디고자 몸을 빠르게 움직인 데다 조류까지 겹쳐 조오련은 출발 6시간 만에 반 이상을 건넜다. 호위하는 배 위에 올라탄 사람들이 힘들면 그물을 붙잡으라고 하자(그는 고기떼와 식인상어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쇠그물 안에서 수영했다) 그는 물 위로 얼굴을 쑥 내밀고 인상을 썼다. 거부한다는 뜻이었다. 목표지를 한 시간여 앞두고 근육이 마비돼 바다 속에 몸을 담은 상태에서 마사지를 하기도 했다. 대마도에 도착했을 때 그는 혀가 퉁퉁 붓고 갈라진 채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른손에 태극기와 동아일보 사기를 든 그의 얼굴은 환한 웃음으로 빛났다. 파랑새호의 태평양 횡단에 이은,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사업이었다.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이 대한해협을 건넌 것은 1970년과 74년 아시안게임에 연이어 2관왕에 오르는 등 화려한 조명을 받고 은퇴한 뒤였다. 그는 대한해협 도영에 그치지 않고 1982년 도버해협, 2003년 한강 600리를 건넜다. 2005년에는 울릉도에서 독도까지 93㎞를 두 아들과 함께 횡단했다. 2008년에는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민족대표 33인을 기려 독도 33바퀴를 회영하는 등 물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대한해협 횡단 80주년을 앞두고 재도전을 하고자 준비하던 그는 2009년 아쉽게 세상을 떠났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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