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게 돌아왔네… 그 시절 ‘시티팝’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10일 03시 00분


코멘트

70, 80년대 유행 도회풍 음악… 상쾌하고 청량감 있는 선율 특징
윤종신-EXID에 인디 가수까지… 40년만에 힙스터 문화로 부활

최근 붐을 타고 일본 시티팝 밴드로는 처음으로 신작을 한국 시장에도 CD로 내놓은 밴드 ‘서치모스(Suchmos)’. 음반 속지에 가사의 한국어 번역도 실으며 양국의 시티팝 열풍을 동시에 겨냥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최근 붐을 타고 일본 시티팝 밴드로는 처음으로 신작을 한국 시장에도 CD로 내놓은 밴드 ‘서치모스(Suchmos)’. 음반 속지에 가사의 한국어 번역도 실으며 양국의 시티팝 열풍을 동시에 겨냥했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제공
‘시티팝(city pop)’이 돌아왔다.

시티팝은 1970, 80년대 일본에서 융성한 도회적 팝 음악이다. 미국의 소프트 록, 스무드 재즈, 리듬앤드블루스(R&B)에서 영향 받았다. 미묘하고 세련된 화성, 고급스러운 편곡, 청량감 있는 선율이 특징이다. 상쾌하고 도회적인 느낌이다.

시티팝을 키운 데엔 일본 버블경제도 한몫했다. 당시 일본 음반사들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최고의 연주자, 프로듀서, 음향설비를 녹음실로 불러들였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는 “고히루이마키 가호루라는 가수는 당시 미국 팝스타 프린스에 작곡을 의뢰할 정도였다. 상상을 초월한 프로덕션이 이루어지던 시기”라고 했다.

시티팝 리바이벌 현상은 최근 종주국 격인 일본에서 먼저 나타났다. 이번엔 경기회복 분위기를 탔다. 일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진석 씨는 “최근 버블경제 시대에 붐을 이룬 도쿄 긴자의 클럽들이 다시 호황을 이루는 등 당시 문화에 대한 복고와 향수 현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했다. 서치모스, 오섬시티클럽 같은 젊은 밴드들이 시티팝의 기치를 들고 나섰고, 야마시타 다쓰로 같은 시티팝 원조 거장의 음반은 품귀 현상을 빚는다.

윤종신의 싱글 ‘Welcome Summer’ 표지. 여름 바닷가는 시티팝을 대표하는 시각적 이미지다.
윤종신의 싱글 ‘Welcome Summer’ 표지. 여름 바닷가는 시티팝을 대표하는 시각적 이미지다.
이 물결이 대한해협을 건넜다. 한국에서 현재 시티팝은 조용하지만 막강한 저류를 형성했다. 청량감이 두드러지는 음악 특성상 올여름이 절정이다. 가수 윤종신은 최근 ‘월간 윤종신 7월호―Welcome Summer’를 발표하며 “시티팝을 한국적으로 해석한 곡”이라고 설명했다. 힙합그룹 재지팩트는 5월 신작에 일본 1980년대 시티팝 스타 안리의 곡을 샘플링했다. 9와 숫자들, 윤덕원, 바이바이배드맨 같은 인디 음악가들도 올해 약속한 듯 잇따라 시티팝을 내세웠다. 여름과 섬을 배경으로 한 TV 여행 프로그램에서도 요즘 배경음악으로 시티팝 계열의 노래들이 단골로 쓰인다.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관계자는 “심지어 걸그룹 EXID의 ‘낮보다는 밤’에도 시티팝이 담겼다. 무시할 수 없는 물결”이라고 했다.

시티팝 리바이벌은 한일 양국만의 유행은 아니다. 김영혁 김밥레코즈 대표는 “미국과 유럽 DJ들이 현지의 오랜 AOR(앨범 오리엔티드 록), 소프트 록, 요트 록 장르를 최근 재조명하면서 자연스레 일본의 시티팝도 섞어 소개하며 불을 지폈다”고 했다. 김 대표는 “20대 초중반 손님들이 야마시타 다쓰로의 LP레코드를 찾는 일이 잦아져 얼마 전 소니뮤직저팬 측에 정식 수입을 문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시티팝이 40년 만에 젊은이들의 힙스터 문화로 부활한 셈이다. 지난해 5월 오픈한 서울 신촌의 음반매장 ‘알루엣’은 일본 시티팝 앨범을 수백 장 보유했다.

일본의 시티팝 수집가들도 열광하는 ‘빛과 소금’의 1집 표지.
일본의 시티팝 수집가들도 열광하는 ‘빛과 소금’의 1집 표지.
한국 시티팝의 계보를 짚는 이들도 생겼다. 윤수일의 ‘아름다워’(1984년)가 그중 하나다. 정작 당시에 윤수일은 시티팝을 몰랐겠지만 그 곡이 사실 시티팝이었다는 것. 시티팝은 음악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 몽환적이면서도 현대적 느낌을 준다. 하세가와 요헤이는 “일본 시티팝 컬렉터들 사이에 김현철, ‘빛과 소금’의 음반은 유명한 수집 타깃”이라고 했다. 김현철은 “1, 2집 제작 당시 스무드 재즈를 좋아했지만 시티팝이란 장르는 몰랐다”고 말했다.

시티팝이 궁금하다면 서울 마포구 토정로 ‘만평’에서 18일 밤 여는 하세가와 요헤이의 ‘From Midnight Tokyo’ 파티에 가볼 만하다.(입장료 무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시티팝#city pop#윤종신#exid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