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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동주]수사권 조정 코앞… 경찰청장 檢수사 받게한 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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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조동주]수사권 조정 코앞… 경찰청장 檢수사 받게한 부하

조동주 기자 입력 2017-08-10 03:00수정 2017-08-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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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주·사회부
이철성 경찰청장이 ‘촛불 비하’ 발언을 했다고 주장한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57·치안감)이 9일 오후 4시경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 모습을 나타냈다. 박진우 경찰청 차장의 ‘호출’을 받아서다. 박 차장은 이날 강 학교장을 집무실로 불러 “20년 넘게 몸담아온 경찰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자중해 달라”고 당부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벌어진 경찰 수뇌부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봉합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때가 늦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는 이날 이 청장이 직권을 남용해 광주경찰청 페이스북 게시물을 삭제하라고 지시한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숙원을 앞두고 경찰 수장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것이다.

강 학교장이 제기한 의혹의 핵심은 이 청장이 지난해 11월 19일 강 학교장에게 전화를 걸어 게시물 삭제를 지시하며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등의 발언을 했는지 여부다. 이 청장은 “그날 통화한 사실이 없고 촛불 관련 발언을 한 적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의 9개월 전 통화기록을 확인해 사건의 진위를 밝히려면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통화기록은 본인이 요청하면 최근 6개월 분량만 열람할 수 있다. 수사 목적일 경우에만 1년 전까지 확보가 가능하다.

이번 사태가 초래된 배경을 보면 6월부터 직권남용 등의 의혹으로 감찰을 받아온 강 학교장이 수사까지 받을 처지에 놓이자 이 청장을 걸고넘어진 듯한 모양새다. 하지만 강 학교장 주장의 사실 여부를 떠나 경찰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차가워지고 있다.

강 학교장의 처신을 두고 경찰 고위직 출신인 조길형 충북 충주시장과 비교하는 의견도 나온다. 조 시장은 강원경찰청장으로 근무하던 2012년 뇌물수수 의혹으로 감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그는 “돈을 받은 사실이 없어 억울하긴 하지만 기관장으로서 조직에 누를 끼칠 수 없다”며 경찰청에 스스로 대기발령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는 무혐의가 밝혀져 명예를 회복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은 대한민국 경찰공무원 11만7000명 중 33명(0.03%)뿐인 치안감 이상 최고위 수뇌부다. 한 일선 경찰관은 기자에게 “경찰의 ‘별’이라는 수뇌부가 수사권 독립을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 발로 걷어차는 꼴이다”라며 “경찰이 이토록 부끄러운 건 처음”이라고 한탄했다.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이 각자 어깨에 짊어진 계급장의 무게를 생각해볼 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수사권#경찰청장#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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