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의 재발견]외래어 표기와 원어의 발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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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짜장면, 자장면
 
짜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익숙한 문장이다. 맞춤법을 준수한 문장이기도 하다. 이런 표기는 어렵지 않다. 맞춤법이란 이렇게 사용하는 사람에게 쉽고 편한 것이어야 하리라. 그런데 쉬운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쉬운 것으로부터 문제를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맞춤법 본질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다음 문장을 보자.

자장면 먹을래, 짬뽕 먹을래?

역시 맞춤법을 준수한 문장이다. 누군가는 화를 낼 수도 있다. ‘자장면’이 ‘짜장면’으로 바뀐 게 언제인데, 이 문장이 올바르다는 것인가?

2011년 짜장면은 표준어가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장면 대신에 짜장면이 표준어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자장면과 짜장면이 모두 맞는 말이다. 짜장면이 표준어인가 아닌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왜 이런 일이 생기는가다. 이 문제를 풀려면 애초에 왜 자장면이 표준어인가가 궁금해져야 한다. 이 안에 규범을 정하는 태도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단어는 혼자 존재하지 않는다. 짜장면 역시 마찬가지다. 짜장면과 관련된 규칙이 적용되는 다른 단어들을 함께 생각해야 한다. 하나의 단어에만 적용되는 원리는 원리가 아니니까. 그러면 왜 자장면이 표준어일까? 자장면은 외래어이다. 원어는 ‘zhajiangmian, 炸醬麵’이다. 외래어 표기를 할 때는 원어가 어떤 것인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game(게임)’이나 ‘bus(버스)’는 어떻게 발음하는가? 실제로 ‘께임’이나 ‘뻐쓰’로 발음되는 일이 많다. 발음대로 ‘께임’이나 ‘뻐쓰’로 적는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영어에서 온 ‘g’나 ‘b’를 모두 ‘ㄲ’, ‘ㅃ’으로 적어야 하는 일이 생긴다. 어떤 ‘g, b’는 ‘ㄲ, ㅃ’으로, 어떤 ‘g, b’는 ‘ㄱ, ㅂ’으로 적는 일은 너무 복잡한 일이다. 때문에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이런 표기를 된소리(ㄲ, ㄸ, ㅃ, ㅆ, ㅉ)로 쓰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이들을 버스, 게임이라고 적는 것이다.

짜장면에 이 원리 적용해 보자. 이 단어의 첫소리를 ‘ㅉ’으로 적는다는 것은 이 소리를 갖는 단어는 모두 ‘ㅉ’으로 적겠다는 의미다. 모든 ‘zh’를 ‘ㅉ’으로 적을 수는 없다. 그래서 ‘ㅈ’으로 적는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이것이 2011년 이전, 자장면이 표준어로 지정된 이유다. 단어들 간의 관계를 살핀 표기인 것이다. 그리고 자장면이 여전히 표준어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2011년 짜장면이 표준어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단어들 간의 관계로 이해해 보자. ‘짬뽕’ 역시 외래어다. 그런데 왜 ‘잠봉’이나 ‘잠뽕’이 아닐까? 이 단어의 원어는 ‘champon’이다. ‘ch’와 ‘ㅉ’ 소리는 거리가 멀다. 원어와 발음이 현저히 달라진 것이다. 국어에서 이미 우리 발음으로 굳어진 외래어는 소리대로 적는다. 그래서 짬뽕이 표준어인 것이다. 짜장면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원리도 같다. 짜장면을 우리 발음으로 굳어진 외래어로 받아들인 것이다.
 
김남미 서강대 국제한국학연구센터 연구교수
#외래어 표기#원어의 발음#짜장면#자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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