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전병성]토지거래 앞서 토양오염 점검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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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주위 사람들에게 우리 환경에서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곤 한다. 대부분은 물과 공기라는 대답이다. 맞는 말이지만 100점짜리 답변은 아니다.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물과 공기만큼 필수적인 것이 바로 토양이기 때문이다. 토양은 물, 공기와 함께 환경의 3대 요소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존 기반이며 생태계 유지를 위한 근간이다. 하지만 주위 답변에서 보듯 토양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물과 공기에 비해 소홀한 듯하다.

토양이 우리에게 주는 자연적 혜택은 다양하다. 토양은 오염물질을 스스로 정화하는 자정 능력을 갖고 있으며 빗물을 저장해 홍수를 예방하고 지하수를 저장한다. 토양은 탄소 순환 체계에서도 중요하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지구 토양 중 유기물에 저장된 탄소는 약 2조5000억 t으로 대기 중 탄소(7600억 t)의 3배 이상이다.

이런 자연적인 가치에 더해 토양은 ‘토지’라는 개념으로 부동산의 축을 이루며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국토 면적으로 인해 개발할 수 있는 토지의 여력이 적은 나라일수록 토양의 가치는 높아진다. 택지 개발, 기업의 공장부지 마련, 재산 증식의 수단, 그 밖의 여러 다른 목적으로 토지의 거래는 지금도 활발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한 토지거래를 하고 있는 것일까. 적게는 수천만 원, 많게는 수백억 원의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믿을 만한 거래를 하고 있을까. 환경부에서는 부동산 거래 시 당사자 간 부지의 토양오염 여부를 사전에 자율적으로 확인하는 토양환경평가제도를 2002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오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재산상의 손해를 방지하기 위해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부지의 토양오염은 법률적 책임, 정화비용, 보상 등의 문제를 유발시켜 부동산의 사용 가능성과 시장성을 하락시키고, 결과적으로 부동산의 가치 손실을 가져온다.

토양환경평가제도의 장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토양환경평가를 환경부에 등록된 토양환경평가기관에 위탁해 실시한 양수자는 토양오염 정도가 기준 이내인 것으로 확인된 경우, 정화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 둘째, 토양환경평가를 통해 오염이 확인된 경우, 정화비용을 부지 매매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셋째, 토양환경평가를 통해 토양오염을 조기에 발견하고 정화를 촉진함으로써 건강한 토양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 토양환경평가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현재 연평균 약 30만 건의 평가가 이루어질 정도로 제도 이용이 활발하다.

토양환경평가제도는 개인과 기업의 재산권을 보호하고, 환경보전에도 기여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법적인 강제 사항은 아니지만 국민과 기업의 소중한 자산과 국토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토지를 거래하는 사람이 부지에 대한 이력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다면 사후에 일어나는 분쟁을 줄여 우리 사회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토양#부동산#토지거래#토양환경평가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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