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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의 법과 사람]박근혜의 눈물과 한인섭의 페북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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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의 법과 사람]박근혜의 눈물과 한인섭의 페북질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6-02-13 03:00수정 2016-02-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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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훈 수석논설위원
경세가 박세일은 2004년 국회의원이 됐다. 박근혜가 한나라당 대표이던 시절이다. 그때 양박(兩朴)은 의기투합했다. 박근혜 대표가 서생(書生) 박세일에게 비례대표 인선을 일임했다. 박세일은 “나를 믿고 모든 것을 맡긴 뒤 한마디 간섭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제 만난 박세일은 당시 박 대표와의 첫 상면을 인상 깊게 기억했다. “도와 달라”는 말을 건네고 1997년 외환위기 때 눈물 흘린 얘기부터 꺼냈다고 한다. “‘참 힘들게 산업화에 성공해 이 정도까지 왔는데…’라는 생각에 펑펑 울며 서울 도심을 한참 걸었다.” 박세일은 박정희의 딸답게 애국심이 남달랐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세종시 이전 문제로 양박은 결별하고 만다.

허두가 길어졌다. 나는 오늘 좋아하는 사람을 죽비로 내려칠 작정이다. 정신을 차리길 바라는 뜻이다. 한인섭 교수다. 서울대 로스쿨에서 형법을 가르친다. 아니 인간과 역사와 법의 상관관계를 강의한다고 하는 편이 정확하다. 한인섭의 강의를 들어 본 일이 없지만 30년 넘는 그와의 인연으로 미뤄 보면 그럴 것이다. 그는 진지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진보좌파 법학자다. 그가 싫다면 좌파라는 표현은 빼도 된다.

A: 자꾸 미사일인가 그런 거 만들어 우리 겁주는데, 우리 기업 유치해서 돈 벌고 있는 거 1억불 이제부터 못 벌게 할 꺼다.

B: 그래, 잘됐다. 느그 우리 땅에 심은 1조 자산 이제부터 우리 꺼다. 너, 앞으로 우리 땅에 얼씬도 하지 마.

A: 야, 너무 세게 나가는 거 아이가. 우린 그냥 4월 총선용으로 두 달짜리 남한용으로 쇼하고 있는 긴데.

B: 요새 느그 동네도 좀 똑똑해져서 ‘적대적 공생관계’ 어짜고 분석해 쌌더라…. 그러니 엄청 세게 엄포해야 국민을 속일 거 아이가. 근데 나중에 입 싹 씻으면 쥐긴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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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1: 근데 너무 세게 나가서 나중에 번복 곤란하면 어짤라고 그라능교.

A: 순진하긴? 그땐 국민의 의견을 존중해서 관계 재개한다 하면 될 거 아이가.

A-1: 기업가들 손해 막심하다고 반발하는 것 같은디요.

A: 얌마, 검찰 시켜 먼지 한 번 털 끼다∼∼ 이럼 조용해질 낀데 뭘 걱정.

이 만담조(調) 글을 올린 이가 한 교수다. 그냥 필부(匹夫)가 주정하듯 글을 올렸다면 나도 씩 웃고 그냥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전공인 형법을 넘어 법사상사까지 들여다보는 당대의 학자 한인섭이 이런 페북질에 시간을 쏟는 모습이 한심하다. 그리고 글 내용의 유치함에 이르러선 할 말이 없다. 문제의 글에 현재 384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그의 팔로어는 6573명이다. 글의 영향력이 대단하다. 조국에 이어 한인섭까지 SNS 중독 현상에 빠져, 진보좌파가 많은 박수부대의 환호에 취해 글 장난을 하는 모습이 안타깝기 이를 데 없다.

한인섭은 2년여 전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金炳魯)’의 평전 (정확히는 ‘식민지 법정에서 독립을 변론하다: 허헌 김병로 이인의 항일재판투쟁)을 낸 바 있다. 그때 나는 본보 편집국장이었다. 한인섭이 전화를 했다. “내가 가인 선생 평전을 쓰기 위해 일제 때 동아일보를 샅샅이 뒤졌다. 오랫동안 그 작업을 하다 보니 동아일보의 설립자인 인촌 김성수 선생을 친일이라고 규정하는 게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알 것 같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에게서 이런 말을 듣다니…. 한인섭이 그런 균형감각을 회복해 좋은 법학자로 남기를 빈다. 그리고 박근혜를 비판하되 희롱하지 말라. 문호(文豪)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우리를 끌어올린다’라고 설파했다.

최영훈 수석논설위원 tao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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