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이 “부정부패 척결” 외쳐도 국세청은 예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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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방국세청 전 조사국장 김모 씨가 올 4월 1일 세무서장 재직 당시 세무조사 중이던 업체 대표에게서 5000만 원을 받아 어제 경찰에 구속됐다. 국세청 간부 2명이 성매매를 하다 체포되고 술값과 성매매 비용 500만 원을 한 회계법인의 임원이 지불한 것으로 드러난 날이 3월 2일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3월 30일 전국 지방국세청장 회의를 소집해 세무비리 엄단을 지시했다. 그러나 김 전 국장은 이틀 뒤 사무실에서 현금 5000만 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앞서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 “경제 살리기에 있어서 방치할 수 없는 것이 부정부패”라며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각고의 노력을 하는데 사익을 위해 세금을 남용하는 것은 범죄”라고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도 6월 취임하자마자 “부패 척결은 앞으로도 성역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여기서 국세청만 예외가 되고 있는 형국이다.

국세청 4급과 7급 공무원은 올 5월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정보를 회사 측에 알려준 사실이 적발돼 최근 사표가 수리됐다. 징계 없이 퇴직하면 세무사로 개업해 공무원일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이러니 위에서 아무리 부패 청산을 외쳐도 세무비리가 근절될 리 없다.

어제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과 함께 체납자들의 돈 빼돌리기 꼼수를 공개했다. 양도소득세 9억 원을 체납한 대구의 서모 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 받은 돈을 가죽가방에 넣어 전원주택의 재래식 부뚜막 아궁이에 넣어뒀다가 발각됐다. 세금을 안 내고 버티는 체납자도 공분을 사지만 뇌물 대가로 세금을 깎아주는 세무비리도 정직하게 세금 내는 국민을 좌절시킨다.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통과시킨 뒤 공공개혁을 다 이룬 것으로 믿고 손놓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국세청 직원들의 금품수수와 관련한 징계 건수가 해마다 늘어 올해 드러난 굵직한 국세청 비리 사건만 10건이 넘는다. 최근 5년간 금품비리로 적발된 공무원에게 부과하는 징계부과금 총액도 국세청이 31개 정부기관 중 1등이다. 국세청은 박근혜 정부 들어 청렴서약서에 서명하고, 자정결의도 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부터 세무조사 담당 직원이 금품수수 비리에 한 차례만 연루돼도 세무조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다지만 그 정도가 엄벌인지 묻고 싶다. 세무는 돈과 직접 관련되는 행정이다. 비리의 싹수라도 보이면 중징계하는 강력한 제도 없이 세수(稅收) 부족 타령만 하다가는 국민의 더 큰 분노를 자아낼 것이다.
#국세청#세무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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