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성하고 모자란 B급 히어로들… “어쩌다보니 우주도 지키게됐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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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튜디오 새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대표작 ‘어벤져스’와 비교해보니

좀도둑 스타로드(왼쪽)부터 현상금 사냥꾼인 너구리와 휴머노이드 화초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은 같은 집안인 ‘마블 코믹스’ 출신 히어로인 ‘어벤져스’ 군단(아래쪽 사진)에 비하면 ‘듣보잡’에 가깝다. 하지만 어깨에 힘을 뺀 신참 히어로들에 북미 영화팬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호러 코미디를 주로 만들다 이 영화로 블록버스터에 입문한 제임스 건 감독은 “광적인 팬들이 많지 않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제공
좀도둑 스타로드(왼쪽)부터 현상금 사냥꾼인 너구리와 휴머노이드 화초까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멤버들은 같은 집안인 ‘마블 코믹스’ 출신 히어로인 ‘어벤져스’ 군단(아래쪽 사진)에 비하면 ‘듣보잡’에 가깝다. 하지만 어깨에 힘을 뺀 신참 히어로들에 북미 영화팬들은 환호를 보내고 있다. 호러 코미디를 주로 만들다 이 영화로 블록버스터에 입문한 제임스 건 감독은 “광적인 팬들이 많지 않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니픽처스월트디즈니스튜디오스코리아 제공
스타로드, 가모라, 트랙스, 로켓, 그루트….

냉정히 말하면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이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의 멤버는 스파이더맨이나 아이언맨, 엑스맨 같은 미국 마블 코믹스 출신의 히어로에 비하면 인지도가 턱없이 낮다. 그러나 이들은 할리우드가 가장 주목하는 신인 히어로다. ‘가오갤’은 1일(현지 시간) 북미 개봉 첫날 3780만 달러(약 392억 원)를 벌어들였다. 4월 개봉한 같은 제작사(마블 스튜디오)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보다 성적이 좋다. 국내에서도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같은 대작들 틈바구니에서 개봉 사흘 만에 4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모았다.

1969년 동명의 마블 코믹스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가오갤에는 여러 히어로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마블 스튜디오의 대표작 ‘어벤져스’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어벤져스와 달리 배경이 지구가 아닌 우주이고, 주요 캐릭터는 어딘지 모자라 보이며 영화엔 B급 정서가 넘친다. 마블 코믹스를 번역해온 이규원 씨는 “만화 가오갤은 한동안 연재가 끊겼다가 2000년대 중반 캐릭터를 정비해 다시 등장했다. 어벤져스 멤버가 각자 이름을 내건 영화가 있을 만큼 많은 팬을 거느린 메인 히어로라면 가오갤은 인지도나 캐릭터 면에서 ‘신생 외인구단’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갑부(아이언맨), 장교(캡틴 아메리카), 박사(헐크), 왕자(토르) 같은 번듯한 지위를 가진 어벤져스 히어로에 비하면 가오갤 멤버들의 스펙은 한심하다. 지구인 어머니와 외계 종족 아버지를 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는 좀도둑, 유전자 조작으로 천재적 지능을 갖게 된 너구리 로켓(목소리 연기 브래들리 쿠퍼)과 그의 절친인 휴머노이드 화초 그루트(목소리 빈 디젤)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단순무식하고 힘이 센 드랙스(데이브 바티스타)는 복수에 눈먼 전과자, 섹시한 초록 외계인 가모라(조 샐다나)는 살인으로 이름 날린 무서운 언니다.

그들이 뭉친 계기도 지구를 지킨다는 식의 정의감과는 거리가 멀다. 구심점은 스타로드가 용도도 모르고 훔친 ‘오브’. 우주 힘의 원천인 오브를 스타로드로부터 빼앗으려는 가모라, 현상금을 노리고 스타로드를 쫓는 로켓-그루트 콤비는 다 함께 철창신세를 지게 된다. 이들은 오브를 팔아 한몫 챙기기 위해 탈옥을 도모하지만, 오브를 탐내는 악당인 로난(리 페이스) 일당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좀 쓸모 있는 일을 해보자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영화는 어쩌다 힘을 합치게 된 루저들이 우주의 ‘수호자’로 격상하는 과정을 흥미롭게 그린다.

가오갤은 마블 히어로의 활동 영역을 지구에서 우주로 넓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향후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어벤져스가 가오갤 멤버와 힘을 합쳐 우주로 진출할 것이라는 소문도 돈다. 마블 스튜디오는 최근 가오갤 개봉을 앞두고 “2017년 7월 28일 속편을 개봉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신작이 개봉하기도 전에 속편을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가오갤에 힘 실어주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선한 주인공의 단독 플레이로는 한계가 있다. 루저, 다인종의 특징을 가진 가오갤 캐릭터들은 참신한 데다 선악의 구도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에 마블의 세계를 확장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오갤#어벤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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