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추현만]‘시한폭탄’ 샌드위치 패널 규제 강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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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의 원인이 부실시공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대들보나 지붕 연결 철제 빔을 저가 재료로 쓴 것 아니냐, 도면과 달리 볼트와 너트가 적게 사용된 것 아니냐는 식의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밀 조사 결과가 나오면 모든 게 분명해질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점이 하나 있다. ‘샌드위치 패널’ 건물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얇은 철판이나 판자 속에 스티로폼, 우레탄 등 단열재를 넣은 건축 재료를 말한다. 문제는 이것이 붕괴나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1999년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서 청소년 수련시설 화재로 유치원생 19명을 비롯해 인솔 교사 등 23명이 숨졌다. 2008년에는 서울의 한 나이트클럽 화재진압 도중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같은 해 이천 냉동창고 화재로 40명, 서이천 물류창고 화재로 9명의 귀중한 생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고가 난 건물은 모두 샌드위치 패널을 건물 마감재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번 경주 리조트 붕괴 사고와 달리 이 사고들은 주로 화재로 인한 인명 피해였다. 하지만 샌드위치 패널은 붕괴 사고와도 무관하지 않다. 아직 이번 사고의 최종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단정할 순 없다. 다만 샌드위치 패널을 썼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사고일 수 있다는 얘기다. 스티로폼으로 된 지붕의 지지 능력이 강하면 얼마나 강하겠는가.

현재 건축현장에서는 값이 저렴하고 시공이 빠르다는 장점 때문에 샌드위치 패널을 많이 사용한다. 화재가 나면 인명 피해가 크다. 다행히 정부 부처는 2013년 안성 냉동창고 화재사고 이후 샌드위치 패널 마감재 기준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를 써야 할 건물의 기준을 기존 바닥면적 3000m² 이상에서 1000m² 이상으로 강화한 게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지붕에 대한 기준은 현재 없는 상태다.

앞으로 기후 변화 등으로 이번처럼 폭설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생길 것이다. 샌드위치 패널 용법이 지나치게 남용되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안전대책을 생각해볼 때다. 언제까지 샌드위치 패널에 귀중한 생명을 맡길 것인가.

추현만 인천소방안전학교 교육지원과장
#샌드위치 패널#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부실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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