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경태]돼지는 사람 유전자와 가장 비슷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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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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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연구사
이경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연구사
연간 1인당 19.3kg을 소비하는 축산물. 바로 돼지다. 돼지는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중요 축산물로 쇠고기 소비량의 두 배가 넘는다. 이런 돼지와 관련해 최근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돼지 유전자 해독을 통한 돼지의 집단통계학과 진화 해석 가능’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는 돼지 유전자 지도에 관한 논문이다. 돼지 유전자 지도는 한국을 비롯한 8개국, 12개 연구기관이 미국 듀록(돼지의 한 종) 암컷 한 마리를 대상으로 6년간 공동 연구해 완성한 것이다.

이 논문을 보면 사람과 돼지는 8000만 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졌다. 돼지는 가축화라는 인간의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이후 진화를 거듭해 오늘날의 돼지는 400만 년 전 동남아시아에 출현했고, 이로부터 100만 년 전 유럽 멧돼지와 아시아 멧돼지가 갈라져 독립적으로 진화했다. 1만 년 전에 유라시아 여러 지역에서 가축화가 진행됐다. 이런 발견은 돼지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고 멧돼지의 유전자 정보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돼지 유전자 지도 발표는 듀록 암컷 돼지 한 마리의 28억 개 염기정보를 해독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유전자 정보를 표시한 것이다. 그간 인간과 침팬지를 비롯해 개 닭 말 소 등 염색체 크기가 큰 고등생물계의 유전자 지도가 국제적인 공동연구로 완성되었으며 최근에야 돼지의 유전자 지도가 발표됐다.

돼지 유전자 정보에서 인간과 돼지를 포함한 여섯 종의 포유류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9000개의 유전자에 대한 진화 분석을 수행했다. 그 결과 조직과 장기 모양을 결정하는 기능의 유전자들이 유사한 포유류는 인간 개 돼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돼지의 바이오장기용 모델 동물로서의 가능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또 1301개의 후각 수용체 관련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는 인간(400여 개), 심지어 개(1000여 개)보다도 많은 것으로 킁킁거리며 먹이를 찾아다니는 돼지가 후각 기능이 잘 발달된 동물임을 유전자 정보 차원에서 증명한 것이다. 이에 비해 짠맛 단맛 같은 미각 관련 유전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염색체의 재배열 및 구조적 변형에 의해 기능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됐다.

돼지는 잡식성 동물로 생리적인 측면과 기관의 구조적 측면에서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인간 질환을 연구하는 모델 동물로 돼지를 개발하는 연구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돼지 유전자 지도 연구를 통해 인간의 비만, 당뇨, 파키슨병,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병과 동일한 유전변이를 112개 발견했다.

또 인간과 돼지의 몸무게가 비슷한 경우 장기의 크기와 모양 또한 유사해 최근 돼지를 이용한 바이오장기 개발이 국내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 기술로 선정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돼지의 경우 이종 장기를 이식할 때 문제 요인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 인자들이 인간이나 쥐 같은 다른 척추동물보다 적다는 것이 밝혀져 돼지를 이용한 바이오장기 연구가 큰 진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돼지 유전자 지도가 국내 양돈산업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국제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고육질 우수 종돈 선발을 위한 다수의 유전자를 개발해 산업재산권을 확보하였고 이를 활용한 ‘스마트 384칩’을 개발해 현장 검증을 수행하고 있다.

또 한국형 삼겹살 종돈 개발 및 한국 재래돼지의 개량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돼지의 유전자 지도 완성으로 돼지를 좀더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고기를 제공하는 식탁의 돼지에서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돼지로 활발히 진화하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시대가 눈앞에 와 있다.

이경태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동물유전체과 연구사
#돼지#사람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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