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외식업계 패셔니스타… 이성진 양마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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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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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서 양대창집? 주인 패션도 맛깔나네

슈트와 어울리게 오렌지색 타이를 매고 양말까지 신경 쓴 이성진 양마니 대표. 잘 갖춰 입은 옷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고객에게 대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 대표가 외식업계의 패셔니스타가 된 계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슈트와 어울리게 오렌지색 타이를 매고 양말까지 신경 쓴 이성진 양마니 대표. 잘 갖춰 입은 옷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고객에게 대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이 대표가 외식업계의 패셔니스타가 된 계기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지에서 특수부위고기 전문점 ‘양마니’를 운영하는 이성진 대표(42·사진)는 외식업계에서 소문난 패셔니스타이다. ‘옷 잘 입는다’는 이들이 몰린 청담동에서 그의 이름을 대면 양말 이야기부터 나온다. 타이나 셔츠 색상에 따라 양말도 맞춰 신는 남다른 패션 감각 덕택이다.

20일 오전 청담동 유씨어터 2층 양마니 청담점에서 만난 그는 브라운 스트라이프 슈트에 연한 하늘색 셔츠 차림이었다. 타이와 양말은 눈에 띄는 오렌지색. 슈트 색과 잘 어울리는 안경테, 셔츠와 맞춘 행커치프까지 패션 아이템 하나하나가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신경 쓴 옷차림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매장에 함께 있던 이 대표의 한 지인은 “평상시보다 너무 점잖게 입었다”며 핀잔을 줬다.

○ 양·대창집 사장이 패셔니스타가 된 까닭

사실 이 대표가 진작부터 옷차림에 신경을 쓴 것은 아니다. 말 그대로 ‘먹고사는 일’이 바빠 1년에 양복 한 벌과 신발 한 켤레로 버티던 그였다. 그랬던 그가 바뀌기 시작한 건 4년 전 평소 친하게 지내던 탤런트 김재원 씨가 “옷을 갖춰 입으면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음식 맛 외에 더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언하면서부터다. 김 씨가 군에 입대하면서 준 옷도 한번 걸쳐보고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백화점 할인행사장도 찾으면서 이 대표의 ‘변신’은 시작됐다.

“매장 입구에서 고객들을 맞는 제가 아무 옷이나 입어서는 음식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없겠다고 생각했죠. 그렇다고 점잖게 검은색 슈트를 입느니 현대적인 매장 분위기에 맞춰 ‘멋을 좀 내야겠다’ 하고 입다 보니 주위에서 ‘멋쟁이’ 소리를 듣게 되더라고요.”

이 대표의 패션 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템은 ‘양말’이다. 최근 4년간 그가 모은 양말만 200여 켤레다. 검은색이나 흰색 양말은 옷장에 없다. 이 대표는 “타이보다 양말을 더 많이 모았을 정도”라며 “주위 선후배들에게도 양말을 선물하곤 한다”고 말했다.

‘잘나가는’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는 즐겨 입는 패션 브랜드의 패밀리 세일이나 백화점 할인행사장에서 옷을 산다. 제값을 다 주고 옷을 산 적은 없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교통사고로 여의고 어머니 혼자 시장에서 작은 중국집을 운영하며 4형제를 키우셨어요. 그러다 보니 다른 아이들처럼 좋은 옷 입기는 힘들었죠. 어릴 때 고무줄 바지 대신 벨트 매는 바지를 어찌나 입고 싶었는지. 그때를 생각하면 비싼 옷을 무턱대고 살 수 없어요.”

○ 휴게소에서 시작한 외식 인생

이 대표는 2003년 양마니를 창업하기 이전 10여 년간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 패스트푸드점, 어묵전문점, 우동집, 돈가스전문점 등 안 해 본 외식업이 없을 정도였다. 대학 졸업 후 잠시 패션회사에 몸담기도 했지만 어릴 적 어깨 너머로 어머니의 음식 장사를 본 이 대표였기 때문에 ‘먹는장사’만큼은 자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음식점을 운영할 때는 전국 곳곳의 휴게소를 오가느라 2년마다 타고 다니는 차를 바꿔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남들보다 부지런히 뛰어다닌 덕에 5년 만에 휴게소 15곳에 음식점을 열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휴게소 음식점으로 돈을 벌어 고깃집을 열었으나 때마침 터진 광우병 탓에 그동안의 고생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그러다 연세대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난 외식업계 선배들의 도움으로 특수부위고기 전문점을 구상하게 됐다. 양마니의 대표적인 메뉴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양구이와 대창구이다. 예부터 한국인에게 보양식으로 꼽히는 양은 소의 위를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 잘 차려입은 옷 같은 밥상

사실 양대창구이집과 청담동은 왠지 어울리지 않는 조합 같다. 세련된 맛과 고급스러운 분위기 일색의 청담동 레스토랑 일대에 곱창 팔고 대창 파는 양구이집이라니. 어쩐지 ‘먹히지’ 않을 것 같은 아이템이지만 양마니에 들어서는 순간 ‘착각이었구나’ 하게 된다. 심플하면서도 모던한 실내 분위기의 양마니는 허름한 양곱창집과 확실히 차별화된다.

실내 분위기뿐만 아니라 음식도 잘 차려입은 옷처럼 맛깔난다. 양마니에서는 깨끗하게 손질한 양과 대창을 간장, 고춧가루, 각종 과일 간 것을 넣어 만든 소스에 하루 동안 재웠다가 상에 내놓는다. 양과 대창구이 외에 곁들여 나오는 찬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참나물, 보쌈김치, 물김치, 깻잎, 샐러드를 기본으로 차려지는 7, 8가지 찬은 다른 음식점과는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정성이 들어가 있다. 양마니에는 ‘볼륨찬’이라는 반찬이 있다. 탕수육처럼 양이 푸짐하고 손이 많이 가는 반찬을 점심식사 때 고객들에게 내놓는다. 이 대표는 현재 여의도, 청담동 등 일대에 5개 매장을 가맹이 아닌 100% 직영으로 운영한다. 2006년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도 매장을 냈다. 그는 “양은 일본에서 고급 보양식으로 꼽힐 정도로 인기가 높아 청담동 매장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많다”며 “조만간 일본에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이성진 양마니 대표는


▽1969년 서울 출생
▽1992년 정윤상사 설립
▽1995년 고속도로 휴게소 사업진출
▽1996년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2002년 어묵전문점 ‘아오모리’ 운영
▽2003∼2005년 양마니 여의도, 청담, 송파점 오픈
▽2006년 양마니USA 설립, 미국 로스앤젤레스점 오픈
▽2007년∼현재 양마니 서초, 청담2호점 오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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