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이장희의 스케치 여행]인천 송도국제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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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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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2/이장희의 스케치 여행]인천 송도국제도시

하얀 종이 위에 무언가를 그린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소소한 수채화 하나를 그릴 때도 창작의 기쁨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물며 드넓은 대지 위에 도시를 세우는 일은 형용할 수 없는 놀라운 경험일 것이다.

송도국제도시는 그런 엄청난 계획과 시도가 만들어낸 신도시다. 더군다나 바다를 간척한 땅 위에 만들어졌기에 지형지물의 영향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기존 건축물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그야말로 도시계획가의 꿈이며, 원하는 생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빈 도화지’였던 셈이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건축설계사무소 KPF(Kohn Pederson Fox)가 맡았다. KPF는 국내에서도 이미 삼성서초타운이나 지금 한창 건설 중인 제2롯데월드 슈퍼타워 등 굵직한 작업을 맡은 것으로 유명하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경제자유구역 안에 속해 있다. 인천국제공항도 가까워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국내의 많은 신도시는 자족적인 기능을 살리지 못해 왔다.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영향력 때문이었다. 송도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건 그래서다. 송도국제도시는 단순히 서울의 위성도시가 아닌, 국제도시를 표방했다.

○ 아직은 미완성… 그래서 더 기대되는

송도국제도시 시공사 중 한 곳에 다니는 친구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 신도시로의 스케치여행.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서울을 빠져나와 부평역에서 인천지하철로 갈아탔다.

노선은 인천 시내를 수직으로 가르며 남쪽으로 향해 있었다. 인천은 조선 후기 개항과 함께 급속히 발전한 항구도시다. 그로 인해 수도 서울을 향한 동서교통은 잘 발달했지만, 상대적으로 남북 방향의 교통은 발전이 느렸다. 그래서인지 새로 생긴 인천의 지하철 노선은 남북 방향으로 뻗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많이 변해 있었다. 도시는 짧은 시간에 뚝딱 만들어질지 몰라도 인간의 세월은 결코 보탬이나 덜어냄이 없는 듯했다. 우리는 학창시절로 돌아가기라도 한 듯 지치지도 않고 열심히 이야기를 나눴다.

친구와 만난 고층건물에서 바라본 송도의 스카이라인은 짧은 시간 안에 완성됐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웠다. 다음에 이 자리에 다시 설 때면 또 얼마나 많은 건물이 들어서 있을까.

그와 점심을 먹고 헤어진 후 드디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 찾아왔다. 오후 내내 도시를 걸어 볼 작정이었다. 도시의 첫인상은 내가 다녀봤던 다른 신도시들과 비슷했다. 여기저기 미개발지가 남아 있었고, 상업시설 곳곳이 비어 있었다. 그로 인해 도시를 걷는 즐거움이 여간해선 채워지지 않았다. 도시란 상가가 있고, 사람이 있어 걷는 재미가 있어야 한다.

텅 빈 상가와 넓은 대로들은 수시로 걷기를 방해했다. 그래도 지도를 보며 낯선 길들을 찾아다니는 것은 즐거웠다. 오후 늦게 센트럴파크 근처에 있는 카페에 들러 지친 몸을 쉬었다. 넓은 창으로 눈길을 돌렸다. 막 지어진 듯 단정한 차림을 한 건물들과 그 너머 우뚝 솟은 동북아트레이드타워를 바라봤다. 덩치 큰 빌딩을 보며 생각했다. ‘막 출발선상을 떠난 송도… 이 도시는 얼마나 변화하고 성장해 나갈까.’ 그 미래는 누구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그냥 지켜보자. 약간의 기대를 가져도 될까.

창밖으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다시금 힘이 솟아났다. 건물 사이를 다시 걷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켜진 건물의 불빛은 신생도시의 현재를 말해주는 듯했다. 어느 미개발 개활지를 지날 때 문득 바다 내음을 느꼈다. 그 향기는 오래전 이 자리가 바다였음을 말하는 듯, 마음을 타고 고요히 내 주변을 맴돌았다. 한동안 바다 쪽을 향해 앉아 먼 어둠을 지켜봤다.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바지를 털고 가방을 멨다. 내게는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었다. (도움말=양승석 포스코건설 과장)

이장희 일러스트레이터 www.tth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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