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코리아/마이클 브린]나를 놀라게 한 한국의 학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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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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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들이 영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마치고 서울의 외국인 학교에서 새 학기를 시작할 때 같은 반 몇몇 친구의 공부습관에 놀라워했다. “아빠, 한국 친구들은 모든 교과서의 내용을 이미 다 습득했어요. 여름방학 동안 다 했대요”라고 말했다. 방학은 놀기 위해 존재한다고 알던 아들은 망연자실했고 공부하기 위해 방학을 사용해야 한다는 사실이 두려워졌다. 감탄은 오래가지 않았다. 부지런한 학생들의 조기학습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과과정 외의 이슈에 대해서 의견을 피력하지 못했다.

얼마 후에 아들은 다른 관찰을 한다. “아빠, 한국의 남학생은 모두 술을 마시거나 담배를 피워요. 그냥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취해버려요”라고 말한다. 왜 그런지, 그들은 그러한 습관을 부모들에게 숨기려 든다고 아들은 주장했다. “부모님들이 그 사실을 알면 가만두지 않을 거래요.”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이 그와 같은 비행을 저지른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외국인 학교로 알려진 곳의 학생은 세 그룹으로 분류된다. 평소 친구들 사이에서나 집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한국인, 한국과 강한 연대감이 있지만 영어를 사용하는 교포나 혼혈인 또는 한국계 미국인, 일정 기간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 주재원이나 사업가의 자녀.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 유치원을 나온 내 아들은 모든 그룹의 친구를 두고 있다.

부모님 몰래 담배를 피우면서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는 첫 번째에 속한다. 학교를 방문하고 교사를 만날 기회가 있었던 부모와의 저녁모임에서 나는 이유를 알게 됐다. 교사들이 질문이 있는지 물었을 때 몇몇 부모는 자녀의 교육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음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외국인 부모가 외국인 학교의 한국 학생 비율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가끔 듣는다. 한국의 모든 외국인 학교에서 한국 학생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가 30% 이상의 학생 비율을 한국 국적 소유자에게 허락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인이 해외에서 거주했고 한국의 교육시스템에 어려움을 겪는 걸 고려하면 어느 정도는 합당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국적의 사람들이 불평을 표시한다. 건전하지 못한 태도를 지닌 부모를 둔 자녀와 함께 학습하는 데 대한 상반된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 시점에서 자녀교육에 대한 나의 태도가 너무 소극적일 수 있으므로 이 문제에 대해 과대 해석을 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교육이 성공을 위한 유일한 열쇠가 아니고 어떤 아이들은 ‘학구적’이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영국 부모에게는 너무나 익숙지 않은 모습이다.

아이의 교육에 대한 나의 입장은 어릴 때부터 호기심을 격려하고, 모든 것에는 정확한 대답이 없음을 보여주고, 사물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만의 생각이 가치 있으며, 책임질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점을 알게 해서 호기심을 격려하자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잘하기를 바라지만 호기심과 창조력과 학습에 대한 흥미는 자기 방식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든다고 생각한다. 교과서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어떤 부모는 자녀 친구의 부모를 만났을 때 그들과 잘 지내는 반면 다른 부모에게는 비판적이거나 쌀쌀맞다. 그들에게 있어 내 아들은 그저 자기 자녀가 시험에서 이겨야 하는 존재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부모 때문에 나는 내 아들의 선생님에게 내 아들이 행복하게 학교를 다닌 데 대한 고마운 감정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죄책감이 들었다.

그런 부모는 방학에도 자녀를 공부시킨다. 공부할 과목을 정해주고 어떤 과외활동을 하면 선생님께 잘 보일 수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내 아들이 말하길 어떤 친구는 기독교인 선생님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기도모임에 참여한다고 한다.

부모의 이런 헌신은 한국의 가족관계에서 장점이자 비극이다. 장점은 물론 자녀로 하여금 유치한 오락거리를 피하고 성공하도록 만드는 사랑과 관심이다. 비극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만들어질 수 있는 벽이다. 한국의 수많은 부모는 자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안다면 매우 놀랄 것이다.

또 다른 비극은 부모의 이런 헌신이 자녀를 감정적으로 미성숙하고 친구를 잘 만들지 못하는 의존적인 아이로 만든다는 점이다. 베이징에서 대학을 나온 오스트레일리아 사업가는 자신이 다닌 대학 캠퍼스의 수많은 한국인 학생 중 일부가 불친절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 여학생은 괜찮았고 몇몇 남학생도 괜찮았지만 대다수 한국 남학생은 남에게 친절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어요. 다른 사람 바로 옆을 지나가면서도 거기에 아무도 없는 듯이 대하는 것 같았죠. 사실 북한 학생들이 더 친절했어요.”

마이클 브린 인사이트 커뮤니케이션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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