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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AK47 진짜 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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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 AK47 진짜 총이었다

입력 2009-05-22 02:56수정 2009-09-22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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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소품처럼 위장해 M16, AK47 소총 등 군용 총기류를 불법으로 국내에 들여와 대여하거나 인터넷에서 권총 등을 판매해 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1일 이들에게서 압수한 총기류 등 군용품을 공개했다. 원대연 기자


경찰, 군용 총기류 밀반입 불법거래 일당 적발
비밀창고 차려 부품팔고 인터넷서 권총도 판매

“비겁한 변명입니다.”

존경하는 상사를 쏠까 말까. 손에 든 총구가 흔들거렸다. 영화 ‘실미도’의 한 장면. 주인공 설경구 씨가 사용한 AK47 소총은 영화 제작을 위한 소품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밀반입돼 영화 제작 현장으로 흘러든 진짜 총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와 국가정보원은 AK47, M16, 베레타 권총, 우지기관단총 등 실제 사격이 가능한 총기류와 스팅어 미사일 발사대 등 군용 무기 18점을 영화 소품용으로 밀반입해 영화제작사에 불법 대여한 정모 씨(51)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또한 총기 부품 등 군용품을 불법 판매한 문모 씨(30) 등 3명, 인터넷으로 권총을 거래한 장모 씨(38) 등 4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영화 소품 대여업을 하는 정 씨는 1996년 6월 미국 파라마운트 영화사 총기 담당자로부터 실제 총기를 건네받아 국내에 밀반입했다. ‘어댑터’라는 장치로 총구를 막아 영화 소품인 것처럼 위장해 세관을 통과했다. 어댑터는 손으로 나사를 돌리면 5초 만에 떼어낼 수 있었다.

경찰의 실험 결과, 어댑터를 떼어낸 M16에 실탄을 넣고 발사하자 30m 거리에 놓인 1.5L짜리 페트병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내용물이 터져 나왔다.

이들 총기는 ‘실미도’ ‘공공의 적’ 등의 영화 촬영에 사용됐다. 정 씨는 영화 한 장면당 총기 한 정에 30만∼50만 원을 받아 모두 15차례에 걸쳐 4000만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정 씨는 일부 총기를 자신의 차량 공구함에 넣어 갖고 다니기도 했다.

서울 한복판에는 비밀 군용물품 창고도 있었다. 문 씨 등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의 한 창고에 비밀 군사용품 가게를 차려놓고 총기 부품과 군용품 1000여 점을 판매해 왔다. 17m² 규모의 허름한 창고 안에 M16 실탄과 개머리판, 총열 등 총기 부품과 대인지뢰 클레이모어, 군용 대검, 연막수류탄, 방탄모 등 각종 무기들이 전시돼 있었다. 진열된 총기 부품을 조립하면 실탄까지 장전해 실제 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문 씨는 실탄을 판매한 적은 없다고 진술했으나 경찰은 판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문 씨의 비밀창고는 군사용품 마니아 사이에서 성지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경찰은 이 군용 물품들을 주한미군 부대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고 미 육군 범죄수사대와 공조해 유출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도 실제 총기가 거래됐다. 총기 마니아인 회사원 장 씨 등 4명은 모형 총기를 판매하는 ‘총사모’ ‘건수리’ 등의 웹사이트에 글을 올려 공기권총 ‘스미스 앤드 웨슨’ 등 진짜 권총 4정을 거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미스 앤드 웨슨사의 38구경 리볼버 권총을 구매한 장모 씨(22)는 공기총 탄알 100여 발도 함께 갖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방경찰청 박희주 국제범죄수사팀장은 “군용품의 유출 경로와 총기의 실제 사용 여부 등을 추가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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