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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풍경 20선]<6>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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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의 풍경 20선]<6>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

입력 2008-09-02 02:57수정 2009-09-2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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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을 구한 13인의 경제학자들/한정주 지음/다산초당

《“왜 재물의 이로움에 관해 논하는가?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음식을 대신해서 바람과 이슬을 먹을 수 없고 깃털로 몸을 가릴 수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은 자연히 옷과 음식을 만드는 일에 종사한다. 위로는 조상과 부모를 봉양하고 아래로는 처자와 노비를 먹여 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재물의 이로움을 경영하고 넓히지 않을 수 없다.” -‘택리지(擇里志)’ 생리 편》

성리학 이념 대신 민생을 논하다

조선시대 국가사상인 성리학은 개인의 덕망과 품격 고취를 삶의 최고 가치로 여겼다. 돈에 대한 이야기는 선비가 삼가야 할 ‘천박한’ 화제였다.

하지만 굶주린 백성에게 고결한 가치 추구는 허망한 양반놀음일 뿐. 연암 박지원은 소설 ‘허생전’에서 “도둑질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 오라”며 선비 남편을 타박하는 아낙의 말을 통해 민생을 도외시하는 사회지도층을 비판했다.

연암처럼 서민 생활의 질을 높이고 사회를 부유하게 만들 방법을 고민한 당대의 학자들은 또 있었다. 이 책은 화폐가 활성화된 17, 18세기에 사회 경제 현상을 분석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했던 13인의 조선 경제학자들을 조명한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지리경제학의 개척자’로 해석됐다. 택리지는 경제적 사회적 관점에서 전국 8도의 산업 소비 주거 인심 등을 종합적으로 답사한 책. 이중환은 농업 상업 무역에 적합한 지역을 분류하고 상품 종류에 따른 합당한 유통 방법도 제안했다.

‘토정비결’의 이지함에게 붙여진 설명은 ‘최초의 사대부 출신 상인이자 중상주의(重商主義) 경제학자’다.

“이지함은 조선의 부국안민(富國安民)을 위해 학문을 펼친 경제학자였다. 그는 ‘상공업을 발전시켜 농업을 보완해야 한다’는 본말상보론(本末相補論)과 ‘자원 경영, 인재 경영, 공동체 경영의 세 가지 정책으로 경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독창적인 삼대부고론(三大府庫論)을 강조했다.”

조선시대 학자들을 분석하며 비슷한 시기의 서양 경제학과 비교하는 시선도 흥미롭다. 저자는 영조 때의 실학자 유수원이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가 내놓은 ‘인구론’과 대비되는 견해를 내놓았다고 분석한다.

맬서스는 ‘인구 증가가 빈곤의 원인’이라 생각했다. 반면 유수원은 저서인 ‘우서(迂書)’를 통해 “세월이 태평해 백성이 번성하면 농토가 늘어나지 않아도 식량을 비축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쟁이나 전염병 없는 안정된 사회가 갖는 생산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정조의 개혁을 보좌한 명재상 채제공은 시장과 상업 활동의 자유를 옹호한 시장주의자로 소개했다. 시전 상인들의 독과점 횡포로 인한 백성들의 고통을 조목조목 아뢴 상소문에는 날카로운 현실 비판뿐 아니라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대안이 담겨 있다.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사상의 근본으로 삼았던 중상주의 경제학자들의 리더 박지원은 현실을 간파하지 못하는 관료와 지식인을 엄중히 비판했다. 그의 사상은 손자 박규수를 통해 김옥균 박영효 등 19세기 젊은 개화 사상가들의 근대화 노력에 영향을 미쳤다.

국가 경제가 위태로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난국을 뚫고 나갈 책임을 맡은 이라면 선인들의 이야기를 돌아보며 민생을 도울 혜안(慧眼)을 찾아볼 만하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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