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00년 기업’을 가다]<23>가메노코다와시

  • 입력 2008년 4월 18일 03시 06분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은 101년 전 창업 당시의 모양과 크기, 소재가 전혀 바뀌지 않은 일본식 수세미 ‘가메노코다와시 1호’를 여전히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니시오 마쓰지로 사장은 “최소한 앞으로도 100년간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은 101년 전 창업 당시의 모양과 크기, 소재가 전혀 바뀌지 않은 일본식 수세미 ‘가메노코다와시 1호’를 여전히 주력 제품으로 생산하고 있다. 니시오 마쓰지로 사장은 “최소한 앞으로도 100년간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인간의 수명과 반대로 기업의 수명은 매년 짧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 맥킨지컨설팅에 따르면 1935년만 해도 기업의 평균수명은 90년이었지만 최근에는 15년으로 줄었다고 한다. 70년간 약 6분의 1로 줄어든 셈이지만 기업의 평균수명은 그래도 상품의 평균수명에 비하면 긴 편에 속한다. 식품이나 생활용품업계 등에서는 매년 수천 종의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대개 2년을 넘기지 못하고 사라진다. 100년 기업이 유독 많은 일본에서도 창업 당시의 상품을 지금까지 주력 상품으로 판매하는 업체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100년 동안 변함없이 일본 가정의 주방과 욕실을 지키고 있는 ‘가메노코다와시’는 경영학의 상식에서 벗어난 희귀 사례라 할 수 있다.》

○ 품질검사는 반드시 내 눈으로

가메노코다와시는 야자의 섬유를 철사로 엮어 만든 것으로 일본식 수세미라고 할 수 있다. 생김새가 새끼거북을 닮았다고 해서 가메노코(龜の子)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 개요
구분내용
창업 연도1907년
본사 소재지도쿄 도 기타 구
연간 매출8억∼10억 엔
종업원 수50명
홈페이지www.kamenoko-tawashi.co.jp

1907년 니시오 쇼자에몬(西尾正左衛門)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 창업주가 처음 만들었을 때만 해도 하나의 상표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일반명사나 다름없이 쓰인다.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은 도쿄(東京)도 기타(北) 구 니시스가모(西巢鴨)의 한 상점가 안에 자리 잡고 있다.

본사 용지 안에 있는 공장에서는 종업원들이 가메노코다와시를 포장하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회사 기획부의 하마다 구미코(濱田久美子) 씨는 “원가를 줄이기 위해 반제품 상태까지는 원료의 생산지인 스리랑카에서 협력업체를 통해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제품의 품질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제품 결함을 검사하고 포장하는 공정만큼은 일본에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철저하게 품질검사를 한다고 해서 스리랑카에서 검사를 생략하는 것도 아니다. 하마다 씨는 “본사와 스리랑카공장의 검사항목을 합하면 약 30가지”라면서 “제품에 조금만 결함이 있어도 바로 폐기한다”고 말했다.

○ 가격은 유사제품의 6배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은 부엌용 외에도 마사지용이나 장식용 등 다양한 다와시를 만들고 있지만 역시 주력 상품은 창업 당시와 비교해 모양이나 크기, 소재, 작업공정이 전혀 바뀌지 않은 ‘가메노코다와시 1호’다.

이 제품의 현재 판매가격은 개당 294엔(약 2900원). 2개를 한 포장에 담아 100엔에 파는 일부 유사제품에 비하면 6배나 비싼 셈이다.

그 이유에 대해 이 회사 니시오 마쓰지로(西尾松二郞) 사장은 “좋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업체들보다 몇 배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품질제일주의를 관철시키는 분야는 검사공정뿐만이 아니다.

가메노코다와시 니시오상점은 다와시의 원료로 질 좋은 야자열매만을 고집한다. 또 야자열매의 섬유 중에서도 좋은 부분만 골라 쓰고 나머지는 미련 없이 버린다. 이 때문에 사람 머리통보다 큰 야자열매 1개에서 주먹만 한 가메노코다와시 1개를 만들어내는 것이 고작이다.

품질제일주의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은 덕분에 이 회사는 변형제품을 합하면 전성기 때와 비슷한 연간 600만 개의 다와시를 판매하고 있다.

○ 열성 팬의 편지

가메노코다와시가 전성기를 구가한 것은 1950, 60년대였다. 일반 가정에 세제가 보급되면서 가메노코다와시가 수세미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가정용 수세미의 점유율만 보면 스펀지형이 40%인 데 비해 가메노코다와시 1호는 8%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니시오 사장은 “가메노코다와시는 자연소재로 만들었고 세제 없이도 쓸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이 소중해질수록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을 것”이라면서 “최소한 앞으로도 100년간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마다 씨는 “열성 팬이 많다는 점도 가메노코다와시의 값진 자산”이라며 한 통의 편지를 보여줬다. 뉴욕에 사는 한 일본인 주부가 닳아서 못쓰게 된 가메노코다와시와 함께 보냈다는 편지였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저도 가메노코다와시를 애용해 왔습니다. 동봉한 다와시는 뉴욕에 와서도 3년간 사용한 것인데 차마 버리지 못해서 한 번쯤 고향 구경하라고 일본으로 돌려보냅니다. 내일부터는 새것을 꺼내 쓸 예정인데 벌써부터 마음이 두근거리네요.”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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