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종대]중국식 일벌백계, 부패 막기엔…

  • 입력 2007년 7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10일 전격 처형된 정샤오위(鄭篠萸) 전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장(차관급)의 보도를 접한 중국 고위 간부들은 온몸이 오싹했을 것이다. 법원이 사형을 확정한 당일 바로 처형해서가 아니다. 중국에선 집행유예 판결을 받지 않는 한 사형수는 일주일 안에 처형하도록 돼 있다.

그가 뇌물로 받은 649만 위안(약 7억8711만 원)은 중국에서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중국 형법은 10만 위안(약 1213만 원) 이상 뇌물을 받고 범죄가 악랄하면 사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과 관련된 범죄는 가중처벌 대상이다.

중국 공무원들이 떠는 진짜 이유는 일사천리로 이뤄진 이번 재판과 처형이 다분히 ‘집권 2기(2007∼2012년)’를 앞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공무원 다잡기’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후 주석은 올해 1월 9일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7차 전체회의에서 110명의 위원 전원을 모아 놓고 “조화사회와 전면적인 ‘샤오캉(小康·먹고살 만한 수준)사회’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패를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며 부패 척결을 강도 높게 주문했다.

우관정(吳官正)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는 “후 주석의 요구에 맞게 ‘중국 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17차 당 대회)’ 이전에 반부패 운동을 힘껏 벌이자”고 강조했다. 당 대회를 앞두고 중국 관가에 사정의 태풍이 몰아칠 것을 예고한 것이다.

때마침 정 전 국장의 비리가 중국 지도부에 포착됐다.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는 첩보가 입수되자 1월 24일 국무원 상무회의를 열어 엄정한 처리를 특별 지시했다.

문제는 국제적으로 사형에 반대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극단적 처방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부패를 척결할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는 점이다.

특히 각 기관, 지역 1인자의 부정은 감시기구의 사정권을 벗어나기 일쑤다. 실제로 1978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에서 사형에 처해진 뇌물사범 중 부부장급(차관급) 이상 고위 간부는 정 전 국장 등 4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아직 선진국형 비리 감시 장치를 갖추지 못한 중국에서 지도부의 비리 척결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일벌백계(一罰百戒)’는 일시적인 충격을 줄 뿐 근본적으로 맑은 사회를 구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