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언론기능’ 포털 내부 논쟁 확산

  • 입력 2006년 6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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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포털사이트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김성호 사무국장은 14일 주요 포털사이트에 ‘최근의 사회적 논란에 대해 업계 공동의 의견을 마련해 보자’는 제안서를 보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포털사이트를 인터넷신문으로 규정해 신문법 언론중재법 등의 적용을 받게 하는 법안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노무현 대통령도 12일 “(포털사이트는) 미디어가 된 것 같다”고 발언해 포털사이트가 제공하는 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둘러싼 논의가 확대되자 그간 침묵을 지키던 포털 업계가 긴장하며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뉴스 유통 업체일 뿐인데…”=현재 신문법은 인터넷신문 등록 조건으로 독자적 기사 생산 비율 30%, 최소 취재인력 2명 및 편집인력 1명을 요구한다. 따라서 직접 기사를 생산하지 않는 포털사이트는 인터넷신문이 아니다.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문법 개정안은 이 중 ‘독자적 기사 생산’ 요건을 삭제해 포털사이트를 인터넷신문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각 포털 업체들은 이처럼 포털사이트를 인터넷신문으로 정의하는 입법 움직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포털 1위 업체인 네이버는 ‘포털은 기사를 생산하는 곳이 아니라 유통하는 곳이므로 엄밀히 말해 언론사와는 다르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네이버 관계자는 “포털사이트가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며 자의든 타의든 여론 형성에 영향력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야후 코리아 김병석 홍보과장은 “포털이 (뉴스) 생산자와 같은 책임이 부과되는 규제를 받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자체 취재기자 6명, 편집기자 20명 등을 두고 ‘미디어’를 표방해 온 미디어다음은 최근의 반응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다음의 김종현 대외협력팀장은 “다음이 주장하는 미디어 개념은 언론사의 저널리즘 개념과 다르다”며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고 있는 편집, 유통 등에 사회적 책임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논의를 하고는 있지만 기존 신문법보다는 뉴미디어 습성에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털 업계가 두려워하는 것은 인터넷신문으로 규정될 경우 자칫 몸통인 포털 비즈니스 자체가 와해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인터넷신문으로 규정될 경우 포털 서비스의 근간인 검색 서비스, 메일 서비스 등이 불공정 행위로 규정돼 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난 사각지대”=5∼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13회 세계편집인포럼(WEF)에서도 포털의 뉴스 서비스의 타당성이 주요 논제로 떠올랐다. WEF에 참석한 네이선 스톨 구글 뉴스제작팀장은 “우리는 뉴스 생산자가 아니라 컴퓨터 과학자일 뿐”이라며 “뉴스에 대한 자체 편집권을 행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실제로 구글 뉴스는 제목과 기사 한 단락만 자신의 사이트에서 보여주고 기사 전문은 출처인 각 언론 사이트로 링크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기사 전문을 포털사이트 내에서 볼 수 있는 한국 포털 뉴스에서는 기사 위치, 제목 변경 등 편집 행위가 일어난다.

지난해 4월 미디어다음, 네이버, 야후, 엠파스, 파란 등 주요 포털은 ‘포털 뉴스 운영과 편집에 대한 공통 기준’을 공지했고 회사별로 ‘뉴스 편집 규약’을 발표했다. 미디어평론가 변희재 씨는 “포털의 뉴스 편집규약이 기존 언론사의 편집규약과 비슷하다는 것 자체가 포털 스스로 언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라며 “각 포털이 2002년 대선 전에는 뉴스가 전송돼 오는 순서대로 배치했지만 그 이후는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털을 인터넷신문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해 기존 인터넷신문들의 반응은 이념적 지향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 인터넷신문 관계자는 “보수 매체로 통하는 ‘프리즌 뉴스’, ‘독립신문’, ‘데일리안’ 등은 포털 권력을 비판하며 최근 거론되고 있는 입법안에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 진보매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는 편”이라고 말했다. 진보매체들은 포털이 비즈니스 측면에선 경쟁자이지만 이념적으로는 자신들의 우군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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