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리뷰]'북경자전거', 자전거 따라 격변기 중국모습이…

  • 입력 2001년 10월 25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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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자전거에 중국을 실었다.’

중국 장이머우(張藝謨) 첸카이거(陳凱歌) 등 5세대 감독의 뒤를 잇는 6세대 감독 왕샤오솨이(王小帥)의 ‘북경 자전거’는 자전거에 얽힌 두 소년을 둘러싼 작은 에피소드를 그렸지만 자전거를 따라가다보면 격변기의 중국을 만나게 해준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베이징에 올라와 물품 배달원이 된 소년 구웨이(츄이린)는 우리로 치면 ‘퀵서비스 맨’이다. 다만 운송 수단이 오토바이가 아니라 자전거다.

구웨이는 회사에서 임대한 자전거의 값을 매일 갚아가며 자전거가 진짜 자기 것이 될 날을 기다린다. 그러다 구웨이는 자전거를 도둑맞고 자신이 표시해 둔 자전거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또다른 소년 지안(리빈). 베이징 뒷골목에 사는 고교생인 그는 자전거를 사준다는 아버지가 약속을 지키지 않자 여동생의 등록금을 훔쳐 중고시장에서 자전거를 산다. 구웨이는 어느날 지안의 자전거에서 자신이 남긴 표시를 발견한다.

영화 속의 자전거는 중국의 오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코드다. 두 소년에게 자전거는 그냥 자전거가 아니다. 구웨이는 생계와 미래의 꿈을 위해, 지안은 베이징의 멋진 신세대가 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면 이 자전거의 소유권은 누구한테 가야할까? 형편이 딱한 구웨이의 손을 들어줄까.

왕 감독은 자전거 소유권 다툼에 ‘번갈아 타기’라는 냉정한 협상 카드를 제시한다.

이 작품은 5세대 감독의 작품과 달리 강렬한 영상미나 비장함은 없다. 하지만 두 소년의 눈을 통해 베이징의 번화가와 뒷골목을 구석구석 보여주면서 빈부격차와 세대갈등, 서로 다른 10대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결국 합의끝에 자전거를 공유하게 된 두 소년이 “네 이름이 뭐니”라고 묻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생존 게임이 치열할 때는 이름조차 알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2001년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 12세 이상 관람 가. 11월10일 개봉.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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