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규칙적인 성관계]「접이불루」는 잘못된 상식

  • 입력 1997년 7월 31일 0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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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의 일이지만 뉴욕 맨해튼의 한 병원에서 금발의 여의사에게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그것은 접이불루(接而不漏)라는 전래의 남성 비방(?) 때문이었다. 『당신네 동양에서는 사정을 안하는 게 성기능을 좋게 하는 비법으로 믿고 있다면서요』라는 질문과 함께 주변 의사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느 미개한 나라의 이야기 같다는 웃음이었다. 접이불루라는 말은 중국의 소녀경에 나온다. 「교접을 하되 사정을 하지 말라」는 말이다. 남성이 사정 후에 느끼는 일시적인 피로감을 막기 위해 「정액을 아끼라」는 당부다. 그리고 또 이것이 정력증진의 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큰 착각이다. 오히려 오랜 금욕생활을 한 사람들 가운데 전립선에 울혈이 생기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배설되지 못한 정액이 마치 고인 물이 썩듯이 생긴 것이다. 만성전립선염환자에게는 전립선 마사지나 규칙적인 성관계를 권한다. 정상적인 정액의 통로를 열어주어 염증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수(隋)나라의 2대 황제인 양제(煬帝)는 성을 즐긴 대표적인 임금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성 파트너는 왕비 1명과 후궁 등 80여명이었다. 또 전국에서 모아 온 왕궁 시녀가 3천명이나 되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하루에 상대해야 할 여성이 너무 많을 수밖에…. 사정을 가급적 하지 말아야 불응기(사정후 다음 발기 때까지 시간)가 없어져서 다른 여성과 관계를 가질 수 있고 사정후에 급격히 찾아오는 성적 권태를 줄일 수 있다. 접이불루는 그의 성적 흥미와 힘(?)을 유지시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처럼 접이불루는 황제에게만 국한된 처방이지, 일부일처제가 확립된 지금 써먹을 얘기는 아니다. 서구에서도 비교적 최근까지 과도한 성교는 사람을 쇠약하게 하고 자위는 온갖 병의 근원이라고 가르쳐 왔다. 적절한 자위는 정상적인 성적 발달에 중요한 기초를 이루는 것이고 성행위는 소모되는 에너지양에 비한다면 가장 지치지 않는 육체적 오락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성관계는 기분을 부드럽게 하고 원기를 왕성하게 하며 남성호르몬수치를 올리기도 한다. 신체의 장기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는 것이 용불용설(用不用說)이다. 규칙적인 성관계는 오히려 폐경기 이후의 여성의 분비물 부족에 도움을 주고 남성의 성기능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현대에 와서 접이불루를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다. 02―512―1101∼2 설현욱 (서울성의학클리닉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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