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억 외제 차 소유자 건보료 0원, 구멍 숭숭 뚫린 산정기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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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만 원이 넘는 외제 차나 국산 차를 소유했지만 부모나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분류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사람이 1만5000명을 넘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외제 차 소유자는 1만3000명에 달했으며 개중에는 3억 원대 페라리 1대를 소유하고도 아버지의 피부양자로 ‘무임승차’하거나, 시가 합계가 3억 원을 넘는 수입 차 2대를 보유하고도 부인의 피부양자로 얹혀 있는 사람도 있다. 이들이 지역가입자였다면 연간 건보료 수백만 원을 내야 하는데도 허술한 피부양자 기준 탓에 무사통과한 것이다.

정부는 고소득자나 자산가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는 모순을 막기 위해 올 7월 피부양자 인정 기준을 강화하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각종 소득이나 주택 등 재산이 일정 수준을 넘는 피부양자 7만 명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게 됐다. 하지만 건보료 산정 기준이 되는 재산에 전·월세 보증금과 자동차가 빠져 고가 차량을 소유하거나 수십억 원대 전세를 든 경우까지 공짜 건보 혜택을 누리게 된 것이다.

피부양자라 하더라도 비싼 차량이 건보료 산정 기준에 해당됐다면 이들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보료를 내야 한다. 정부로서는 건보료 수백억 원을 눈 뜨고 흘려보낸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피부양자의 전·월세 현황은 파악조차 못 하는 실정까지 감안하면 새는 건보료 규모는 더 커질 것이다.

재산이나 소득이 있으면 누구나 건보료를 공평하게 부담한다는 원칙을 지키려면 피부양자 기준을 더 정밀하게 만들어 합당한 건보료를 내도록 하고 지역가입자 소득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건보공단은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혜택을 더 늘리는 2022년에는 매년 평균 7800억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하며 건보료도 올해보다 40%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한다. 급속한 고령화로 압박받는 건보 재정의 건전성을 위해서도 산정 기준의 뚫린 구멍을 메우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건강보험료#피부양자#건보료 산정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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