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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흉포화… 형사免責 12세로 낮추자 vs 처벌보다 재활프로그램이 재범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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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흉포화… 형사免責 12세로 낮추자 vs 처벌보다 재활프로그램이 재범 줄인다

동아일보입력 2015-01-02 03:00수정 2015-01-05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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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쟁론]촉법소년 연령 인하 《 지난해 12월 한 지방 도시에서 13세 소년이 고모를 살해했습니다. 이 소년은 범행을 숨기기 위해 목격자인 동생도 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소년, ‘촉법소년(觸法少年)’이었습니다. 살인을 했지만 나이가 어려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청소년이란 뜻이지요. 현행 소년법은 만 10세 이상∼14세 미만은 형사 미성년자로 보고 입건하지 않습니다. 이 끔찍한 사건을 계기로 형사처벌을 받는 연령을 낮추자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2006년에도 초등생이 친구를 20여 차례나 흉기로 찌르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법무부가 촉법소년 나이를 낮추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 바 있습니다. 그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찬반 논란이 팽팽합니다. 촉법소년의 범죄가 늘어나는 데다 끔찍해지기까지 해 부득이 연령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과 교화의 기회도 주지 않고 어린 나이에 범죄자 낙인을 찍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두 전문가의 의견을 싣습니다. 》


범죄 흉포화… 형사免責 12세로 낮추자

청소년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지만 이들 청소년의 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의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범행 내용을 들여다보면 살인, 강도 등 심각한 사례가 많다. 따라서 나이가 어린 청소년이 저지르는 비행을 예방할 대책이 시급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일 것이다. 그중에서 가정과 사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이혼율 증가, 경제난 등으로 가정이 해체되고 이로 인해 방치되는 소년이 반복적으로 비행을 저지르는 것이다.

또 양극화에 따른 소외계층 증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인터넷과 방송 매체, 학교 폭력, 학교 주변 유해 환경 증가 등 주변 환경도 나빠졌다. 게다가 청소년의 성숙 속도가 빨라지면서 저연령기에 쉽게 비행에 노출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소년법으로 청소년의 인권을 보호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다. 현행 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하고 형사처분에 관한 특별 조치를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소년 범죄는 진화하고 연령은 낮아지는 데 반해 이를 막아 줄 법적인 제재나 사회적 인프라는 미약하다. 그 때문에 피해자들의 인권 침해가 더 우려되는 실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가해 미성년 청소년의 치료나 교화 대책도 시대에 한참 뒤떨어져 있다.

현행 소년법에서 범죄에 대한 형사적 책임을 묻는 나이는 만 14세부터다. 10∼14세 소년은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범법 행위를 해도 너무 어리기 때문에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형사미성년자로 본다. 촉법소년은 교화의 대상이지 처벌의 대상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래서 살인이나 강간을 해도 법에 따라 보호처분을 원칙으로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촉법소년을 치료하고 교화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 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3년의 촉법소년은 4474명이었지만 10년이 지난 2013년엔 9928명으로 두 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전국 보호관찰소는 수용 인원의 120∼150% 정도로 인원이 초과돼 있다. 한마디로 보호관찰소가 아닌 ‘시장통’이 돼 버렸다. 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신순갑 청소년인권과 학교폭력연구소 소장
촉법소년의 나이를 현행 14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낮추어야 한다. 그 이유는 많다.

첫째, 이들의 범죄가 이미 학생들의 범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고 치밀하며 포악하다. 둘째, 학교 폭력도 현재 초등 6학년과 중 1학년이 가장 빈도가 높고 범죄 수준의 폭력이 많다. 하지만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이며 피해자 인권이 전혀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셋째,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풀려난 청소년들의 보복 범죄가 늘어나고 있어 제2, 제3의 청소년 범죄를 키우고 있는 형국이다. 마지막으로 1958년 소년법을 제정할 당시 형사미성년자 나이를 14세로 정한 이유를 고려해야 한다. 그때는 2차 성징이 나타나는 나이가 14세였다. 아이들의 성장 수준이 달라진 만큼 형사상 책임을 지는 나이도 내려야 한다.

2011, 2012년 촉법소년의 범죄는 2만2490건. 이 중 93%를 12∼13세(초등 6학년∼중학 1, 2학년)가 저질렀으며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는 636건이었다. 대부분의 청소년 현장 상담자나 일선 담당자는 “범죄를 저지르는 촉법소년 해당자도 자신이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는 상황이다.

소년법이 제정된 이후 반세기가 흘렀다. ‘어리다’는 사회 통념 때문에 살인과 강도 등 소년 강력범죄의 증가를 그대로 방치하고만 있는 것이 옳은 것인지 우리는 자문해야 한다. 방치해 둔 사이에 무고하게 피해를 본 시민과 청소년들은 어떤 법에 보호를 요청해야 할 것인가. 시대에 맞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수정 경기대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 처벌보다 재활프로그램이 재범 줄인다 ▼


2014년 하반기 경기 남부 권역에서 학업 중단자가 많이 발생한 고등학교를 돌면서 현장 진단을 실시했다. 신도심 지역 학교들의 상황은 훨씬 나았지만 구도심 학교의 학업 중단자 발생 실태는 심각했다. 어떤 일반 고교는 거의 4분의 1 정도 되는 학생이 무단결석, 지각 등을 상습적으로 해 학업 중단 위험군으로 판정됐다. 그중 상당수는 비행으로 사법처분을 받고 보호관찰소를 들락거리는 중이었다.

일선 학교 선생님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문제는 열악한 가정환경이다. 대부분 아침에 아이들을 깨워 학교에 보내거나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는 가정이다 보니 학생들을 지도할 수 없고 이게 학업 중단의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이런 가정의 아이들은 매일 제시간에 등교하는 것조차 어렵다. 시간 관리를 도와주는 보호자가 없어 방과 후 길거리를 헤매거나 게임과 채팅을 하면서 밤을 지새우기 때문이다. 이들은 만성적으로 지각할 뿐 아니라 등교해서도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자거나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조퇴하기를 일삼는다.

이들은 가정에서 훈육을 포기한 지 오래고 학교도 무조건 붙잡아 놓을 수 없다. 의무화된 교육과정만으로 이들의 등교 의지를 독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에 놓인 고교생이 8만 명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사회화 과정으로부터 완전히 괴리된 아이들이 의사 결정 능력이나 상황 판단 능력에서 결함을 가지게 되는 일은 어쩌면 너무도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키워져야 하는 자기 절제력조차 습득하지 못한 아이들은 학업을 전혀 아쉬움 없이 중단해 버린다.

학교를 다니지 않는 아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또래들끼리 온라인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가출을 해서도 함께 ‘가출팸’을 결성해 생활하며 이때 생활비는 비행을 통해 마련한다. 여자 아이들은 채팅으로 성매매를 하고 남자 아이들은 갈취로 생활을 유지한다. 부모나 학교 모두 일단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에 대해서는 관심 주기를 중단하며 길거리의 어른들은 이들을 위협해 착취하기만 한다.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길거리의 생태를 습득한 아이들은 잔인한 어른들의 모습을 닮아 간다. 결국 강력범죄는 이 아이들의 손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다.

1년에 기껏 수십 명 정도의 촉법소년을 교도소로 보낸다고 이런 사태가 중단될까. 당장은 응보주의를 실현함으로써 속이 시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길거리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청소년이 적게는 8만 명에서 많게는 수십만 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형사처분의 연령을 낮추려는 정책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초등학교 6학년이나 중학교 1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만을 따로 수용하는 구치소나 교도소는 국내 어디에도 없다. 범죄력이 진전된 어른들과 촉법소년들을 섞어 놓는 일은 이미 길거리에서 착취당한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병리적으로 심화시킬 뿐이다.

대안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가 주도해 창원지법에 개설한 ‘청소년회복센터’는 희망적으로 보인다. 센터에 있는 동안은 시설 근무자가 대리 부모와 대안 가족의 역할을 수행해 아이들을 위한 상담과 재활을 돕는다. 훈육을 포기한 부모 대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방과 후에는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정상적인 사회화 과정에 몰두하게 한다. 그 결과 센터를 거친 아이들의 재범률은 2분의 1로 감소했다고 한다. 만일 이 같은 소규모 시설이 전국적으로 확대된다면 그리고 이런 시설들이 제대로 된 대리 가정의 역할을 수행할 수만 있다면 역기능적 부모의 친권을 잠시 제한하고 이들 기관에 양육을 위탁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제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법원이나 검찰이 처분의 올바른 집행을 지속적으로 감독하는 제도도 필요하다. 2015년은 청소년들이 좀 더 안전하게 보호받는 환경이 되길 기대해 본다.

오피니언팀 종합


#청소년 범죄#소년 연령 인하#청소년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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