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생인권조례 만든 사람들, 참 무책임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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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이 서울시의회에 서울학생인권조례를 재의(再議)해줄 것을 오늘 요구하기로 했다. 서울시의회는 10일 이내에 학생인권조례를 재의결에 부쳐야 하고,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조례를 다시 통과시킬 수 있다. 학교폭력과 ‘왕따’, 초등학생들의 성추행 등 학교 내부의 심각한 문제들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의무와 책임은 말하지 않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확연히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의 재의 요구는 타당한 결정이다.

오늘날 학교는 학생인권조례가 강조하고 있는 학생의 집회자유, 동성애 차별금지, 복장 두발 자유화를 따지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왕따와 조직폭력배 뺨치는 폭력 등 잔인한 인권침해가 학생들 사이에 만연하고 있다. 학생인권조례는 그렇지 않아도 애로가 많은 교사들의 학생 지도를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 교사에게 간접 체벌을 금지하고 흉기나 음란물 등 소지품 검사를 못하게 하는 것은 생활 지도를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다. 자신의 자유와 권리가 우선이라고 교육받은 학생들은 어떤 규율에도 따르지 않고 학교를 더 무법천지로 만들어 놓을 것이다.

아무리 아이들이지만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안이한 관용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정부는 날로 흉포화, 저연령화하는 학교폭력을 막기 위해 형사처벌 연령을 14세에서 12세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 법원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못해 가해 학생을 살해한 피해 학생에게 정당방위권을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다. 학교폭력에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다. 우리도 학교폭력이 ‘장난’이 아니라 ‘범죄’임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한다.

학교폭력 문제에 대해 오래 침묵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어제 성명을 내고 “학교폭력을 해결하려면 아이들의 인권을 신장시키는 것이 근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전교조는 교사와 학생들의 인권의식이 부족해 학교가 폭력에 물들고 있다고 보는가. 피해 학생들의 인권을 신장시킬 대안이라도 있는가. 교권이 추락하면서 학교폭력이 더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전교조 교사들도 잘 보고 있을 것이다.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해온 좌파 세력은 지금이라도 자신들이 균형감각을 잃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를 만든 사람들은 학생폭력 피해자의 처지에서 조례를 다시금 살펴보라. 서울시의회는 조례가 재상정되면 부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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