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구가 뭐여, 같이 밥먹는 입구멍이여”…2006 올해의 명대사

  • 입력 2006년 12월 2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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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스크린에서도 ‘말의 잔치’는 계속됐다. 인생의 의미를 찾게 해 주고 가끔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들며, 때로는 관객이 하고 싶은 말을 후련하게 대신 해 주는 영화 속 대사들. 수많은

대사 중에 여러 가지 의미에서 관객의 가슴 속에 ‘콕’ 박힌 대사들을 소개한다.》

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멍이여―‘비열한 거리’

열심히 하는게 중요한가? 잘해야지―‘미녀는 괴로워’

전국구 깡패보다 서울대 갈 확률이 높지―‘뚝방전설’

●사랑

▽간단 연애학 개론=“연애란 한 글자로 ‘쇼’. 남자는? 후리는 것”―‘올드미스 다이어리’에서 첫째 할머니(김영옥)의 강의 내용.

▽받고 싶은 프러포즈=“전화해. AS 출장 간다. 보증기간 평생이야.”―‘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서 일순(정지훈)이 영군(임수정)에게.

▽섹시함의 극치=“너랑 있으면 단단해져….”―‘후회하지 않아’의 재민(이한)이 수민(이영훈)에게. 관객의 머릿속 상상력을 자극.

▽애처로운 고백=“선생님, 저 멘스 시작했어요!”―‘천하장사 마돈나’의 동구(류덕환), 꿈에서 짝사랑하는 일본어 선생님을 만나 이렇게 말하지만 깨고 나선 울면서 몽정한 팬티를 빤다.

●인생

▽허무한 삶의 목적=“왜 사냐?” “나중에 어찌 되나 보려고….”―‘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시인 김상용의 시구 ‘왜 사냐면 웃지요’에 버금간다.

▽용기를 주는 대사=“영화엔 여주인공이 있고 조연이 있소. 당신은 여주인공이야. 그런데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로맨틱 홀리데이’의 아서 할아버지가 아이리스(케이트 윈즐릿)에게. 아이리스는 인생의 주인공으로 다시 선다.

▽아름다운 호소=“형이 그랬지. 저 혼자 빛나는 별은 없다며. 와서 좀 비춰 주라.”―‘라디오 스타’ 최곤(박중훈). 진솔한 눈물 연기와 더불어 빛나는 대사.

●현실

▽적절한 정의(定義)=“식구가 뭐여. 같이 밥 먹는 입구멍이여”―‘비열한 거리’ 중 밥상머리에서 부하들에게 병두(조인성)가 하는 말. 그 ‘입구멍’에게도 배신당하는 것이 조폭의 세계.

▽과정보단 결과=“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가? 잘해야지”―‘미녀는 괴로워’에서 상준(주진모). 결국에는 결과로 평가받는 사회.

▽학구열 고취=“전국구 깡패 될 확률보다 서울대 갈 확률이 높지 싶다. 보스가 될 확률보다 검사될 확률이 더 높지 싶어. 우리 인제 확률로 살자, 응?”―‘뚝방전설’에서 조폭 보스 상춘(오달수). 깡패는 아무나 하나? 결국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

▽공감 100%=“남들이 보기에는 먼지만 한 가시 같아도, 그게 내 상처일 때에는 우주보다도 더 아픈 거예요.”―‘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유정(이나영). 인간이 남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직설

▽캐릭터의 성격이 그대로=“나, 이대 나온 여자야. 내가 어떻게 그런 델 들어가.”―‘타짜’의 정 마담(김혜수). 캐릭터의 속물근성과 허위의식을 한마디로 요약.

▽배우 학대=“이 기름진 아랍새끼. 니 코는 계속 자라냐?”―‘가문의 부활’에서 명필(공형진)이 인재(신현준)에게. 관객은 가장 많이 웃었지만 어쩐지 신현준이 안쓰럽다.

▽최고의 위협=“너 그러다 피똥 싼다”―‘싸움의 기술’에서 싸움 고수 오판식(백윤식)이 대드는 상대를 보고 하는 말. ‘움찔’하게 만든다.

▽직설의 미학=“너 지금 나를 갖고 놀고먹는 거야? 사랑한다며 삽입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무슨 똥 싸는 소리야.”―‘삼거리 극장’에서 완다(한애리)가 부르는 노래 가사. 이보다 더 직설적일 수는 없다.

●기발

▽재기발랄=“아, 땀 때문에 씻어야 되는데….” “저는 저혈압이라서 짜게 먹어도 돼요.”―‘달콤 살벌한 연인’에서 미나(최강희)와 대우(박용우)의 첫 섹스. ‘급한 마음’을 깜찍하게 표현.

▽미래지향=“허, 신묘망측하고 재기발랄하오, 움직이지 않소.” “근데 이건 뭐라고 불러야 되지? 움직이니까 동인데.” “동영상! 어떻소!”―‘음란서생’에서 윤서(한석규)가 조금씩 동작의 변화를 그린 음란 그림책을 연속해 넘기면서. 이 영화의 배경은 조선시대.

●의미

▽철학적인 대사=“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어?” “아,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지.”―‘왕의 남자’에서 장생(감우성)과 공길(이준기). ‘여기’ 있고 ‘거기’ 있던 두 남자는 얼싸안고 하나가 된다.

▽의미심장=“으이그, 이… 끝까지 둔해 빠진 새끼들….”―‘괴물’에서 자살하려던 남자가 물 속에서 괴물을 보고 친구들에게 하는 말. ‘내가 보는 걸 너는 왜 못 보냐’는 영화 전체의 문제의식을 반영.

▽가슴을 저미다=“조국이라는 게, 그렇게 할 가치가 있는 거겠죠?”―‘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에서 데이미언(킬리언 머피). 꼬마 때부터 알고 지내던 소년을 밀고자라는 이유로 처형하며.

‘2006년의 대사들’ 소개는 “이상(that's all)”.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메릴 스트리프)가 긴 지시 끝에 항상 얄밉게 덧붙이는 말. 그의 목소리로 들어야 제대로다.

채지영 기자 yourcat@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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