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구 칼럼]간디의 신발 한짝

  • 입력 1997년 4월 18일 20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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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간디가 급히 올라탔다. 그 순간 그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에 떨어졌다. 기차가 이미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간디는 그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그러자 간디는 얼른 나머지 신발 한 짝을 벗어 그 옆에 떨어뜨렸다. 동행하던 사람들이 놀라 묻자 간디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신발 한 짝을 주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런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신발 한 켤레를 제대로 갖게 되지 않았습니까』 ▼ 가슴 훈훈한 이야기 ▼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라는 일화집에 나오는 이야기다. 미국에서 출간된지 1년만에 1백만부가 팔리고 뉴욕 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에 장기간 올라있는 책이다. 우리나라에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라는 이름으로 번역돼 있다. 우연히 집어들었다가 밤을 새운 책이다. 여기에는 또 한 평범한 시민의 이런 이야기도 실려있다. 「10대 시절 아버지와 함께 서커스를 구경하러 갔을 때 일이다. 마침 우리 앞에는 8명의 자녀를 거느린 부부가 줄을 서 있었다. 흥분한 목소리의 대화로 미뤄 그들은 결코 부자가 아니며 서커스 구경도 처음임을 알 수 있었다. 아내는 남편의 손을 잡고 자랑스럽게 그를 쳐다보았으며 남편도 흐뭇한 미소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차례가 되어 매표소에 입장료를 물어보던 남자는 순간 절망적인 얼굴로 바뀌면서 입술을 가늘게 떨었다. 충분한 돈을 갖고 있지 않은 게 분명했다. 이때였다. 나의 아버지가 말없이 20달러 지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런 다음 아버지는 그것을 다시 주워들고 남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여보. 당신 호주머니에서 이것이 떨어졌소』 남자는 무슨 영문인지 금방 알아차렸다. 그리고 20달러 지폐를 꼭 움켜잡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고맙소. 이건 나와 내 가족에게 정말로 큰 선물이 될 것이오』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들은 곧 표를 사가지고 서커스장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날 저녁 우리는 서커스 구경을 못했지만 마음은 결코 허전하지 않았다」.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한 세상에 마음을 순화시켜주는 세척제 같은 신선한 이야기들이 아닐 수 없다. 무엇이 보다 큰 가치인지 사리분별이 분명하고 남의 아픔을 헤아리는 이런 따뜻한 마음들이 우리 사회에 가득하다면 나라를 온통 시궁창으로 몰아넣는 지금의 이 숨막히는 한보정국은 연출되지 않았을 것이다. 돈과 재물이 많다고 훌륭한 인생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적게 가져도 값어치있게 잘 쓰면 삶은 풍요로워진다. 수신교과서 같은 말일지 모르나 이것이 바로 인간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가는 윤활유다. 그럼에도 한 부도덕한 기업인과 앞뒤를 분간 못하는 정치인들의 뒤틀린 물욕 권력욕이 야합하고 어우러져 최소한의 도덕적 기본도 갖추지 못한 사회로 우리를 몰아넣고 있다. ▼ 한심한 우리 정치인들 ▼ 정치에 돈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안다. 그러나 검은 돈 흰 돈 가리지 않고 덥석덥석 받아 챙긴 결과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라고는 패가망신(敗家亡身)뿐이다. 아무리 다급하다 해도 검찰에 한번 불려가기만 하면 금방 탄로나고말 새빨간 거짓말을 어떻게 그처럼 천연덕스럽게 해댈 수 있는 것일까. 정치란 경위야 어떻게 되었건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인데 그러고도 정계은퇴 선언은커녕 잘못했다거나 부끄럽다고 말하는 사람 하나 없으니 한심하다. 현실정치인들에게 모두 간디같은 성인(聖人)이 되어달라고 주문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라면 가슴속에 일말(一抹)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남중구<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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