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호건설」 어떤회사인가]건설경기 침체기 급성장

  • 입력 1997년 4월 13일 09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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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賢哲(김현철)씨 비리의혹 수사가 李晟豪(이성호)전대호건설 사장 쪽으로 전환되면서 이씨의 전재산이나 다름없던 대호건설의 급성장 배경과 갑작스런 매각배경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도급순위 82위였던 대호건설은 상하수도공사 등 토목공사를 주로 해온 중소건설업체. 89년 매출액이 3백18억원이던 대호건설은 △90년 3백5억원 △91년 5백27억원 △92년 6백80억원에서 △93년 7백27억원 △94년 9백68억원으로 늘었다. 또 95년에는 1천1백47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렸다. 특히 대호건설은 아파트 미분양 등 건설경기의 장기침체로 부도업체가 속출하던 93∼95년에 급성장을 계속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호건설은 주력분야가 엔지니어링이나 플랜트 등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도 아니고 주로 내수에 의존해 국내건설경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도 다른 업체와는 달리 불경기에 오히려 급성장해 의아했다』고 말했다. 대호건설은 94년에 서울 서초지역 유선방송 사업권을 따낸데 이어 95년에는 CD롬 타이틀 제작사인 삼우컴앤컴을 설립했다. 이밖에도 94년에 설계감리회사인 대호엔지니어링을 설립하는 등 93∼95년에 사업을 크게 확장했다. 뿐만 아니라 94년에 중소해운업체인 해덕익스프레스와 함께 북한 나진선봉지구의 토지이용권을 따내는 등 북한진출에도 의욕을 보였다. 이상한 것은 회사도 잘나가고 이씨도 사업에 의욕적이었던 시점에서 갑자기 회사를 매각한 사실. 지난 95년 7월부터 극비리에 회사매각을 추진해오던 이씨 일가는 그해 12월 대호건설 지분을 수산중공업에 모두 처분한 뒤 회사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한때 사업관계로 이씨와 접촉했던 한 인사는 『현철씨와의 관계에 대해 부담스러워 하던 이씨가 사석에서 金泳三(김영삼)대통령 퇴임 이전에 사업을 정리하고 국내를 떠나야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이씨의 갑작스런 회사정리 배경을 설명했다. 대호건설을 인수한 수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씨가 대호건설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문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면서 『막상 인수하고 보니 주로 관급공사에 의존해 커온데다 기술력도 떨어져 어려움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씨는 대호건설을 매각하기 전에 대호건설이 소유한 가장 큰 규모의 부동산인 서초동 대호빌딩을 H전자에 매각했다. 빌딩 매각대금 8백60억원중 6백억원은 대호건설이 벌여온 신규사업 비용으로 충당됐고 나머지 2백억원도 운영자금으로 쓰여 실제로 이씨 일가에 돌아간 돈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때문에 이씨가 골프장 부지를 사들이고 해외로 밀반출하려 한 엄청난 돈의 출처가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수형·공종식·조원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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