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 광주형 일자리, 기업·시장 過부담 없도록 신중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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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광주형 일자리 모델을 확산시켜 올해 상반기에 한두 곳 정도에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한다. 전북 군산에 자동차, 경북 구미에 반도체·전자, 대구에 전기차 부품 등으로 구체적인 지역과 업종까지 거론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업, 지방자치단체, 지역 노동계, 시민단체가 협약을 맺고 임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에 정부와 지자체가 대폭 지원해 일자리를 만드는 방법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일자리 공약 가운데 하나다. 문 대통령은 7일 “어느 지역이든 노사민정 합의하에 광주형 일자리 같은 사업을 추진한다면 그 성공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광주형 일자리가 좋은 취지를 갖고 첫걸음을 떼기는 했지만 현실적으로 성공할지에 대해서는 불안한 시각이 여전하다. 국내외적으로 자동차 과잉 생산 상태인 데다 광주형 일자리 공장에서 생산될 경차 모델로는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적 생산 35만 대까지 약 5년간은 노사가 단체협상을 유예하기로 사회적 합의를 했지만 현대차 근로자 대비 절반 연봉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특히 외부의 강성 노조 등이 개입할 경우 합의 모델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 아직 법인 설립도 안 된 상태에서 제2, 제3의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려는 것은 성급한 면이 없지 않다. 군산은 한국GM 공장과 조선소 폐쇄로 지역 고용 사정이 심각하고 시설과 숙련 인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마련이 절실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신설 공장이 경쟁력을 갖지 못할 경우 GM 공장 폐쇄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벌써 특정 지역 기업들이 투자 압박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오는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일단 공장을 만들 순 있겠지만 지속될 수가 없다.

기업의 재정 부담도 문제지만 ‘일자리 모델’ 공장의 가동을 위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이상의 과잉생산이 이뤄지는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더 나아가 공장이 5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정확히 반영한 정교한 계획과 기업의 재량권 보장이 중요하다. 일자리 모델의 확대는 첫 법인의 출범과 운영 결과를 일단 지켜보며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문재인 대통령 일자리 공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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