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MB정부 겨눈 적폐청산… 보복수사 경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9월 2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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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MB) 정권 국가정보원은 3500명 규모의 ‘민간인 댓글 부대’를 운영했다. 연간 혈세 30억 원을 여기에 썼다. 정부 비판성향 연예인들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내쫓도록 압박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면서 아들 병역의혹을 집요하게 유포했다. 안보 최전선에서 대북 정보를 수집하고 간첩을 잡아야 할 정보기관의 수치스러운 일탈이다.

MB 국정원이 댓글 부대를 운영해 선거와 정치에 개입한 것은 인터넷 시대의 공작 정치다. 지금 수사의 칼끝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넘어 윗선인 MB로 향하고 있다. 민간인 댓글 부대까지로 수사를 확대하고 박원순 문건, 블랙리스트도 파헤치겠다는 집권세력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세 축으로 진행되는 ‘전전(前前) 정권 사정’은 공교롭게도 국정원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가 조사해 보고하면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바깥의 여당과 피해당사자들이 가세해 수사를 압박하는 패턴을 따르고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지휘 감독이라도 하는 것인가.

지난달 국정원 댓글 수사 파기환송심에선 유죄 판결이 내려졌다. 박원순 시장에 대한 견제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피해는 전부터 알려진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다만 국정원이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가 관건이다. 의혹의 중심인 원 전 원장과 윗선인 이 전 대통령이 어디까지 보고받고 무엇을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것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중에는 검찰과 국정원에서 일방적으로 흘러나온 것도 있다. 엄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통해 걸러낼 것은 걸러내야 한다. 그러지 않고 마녀사냥 하듯 하면 역풍을 부를 수도 있다.

이번 수사를 정치 보복으로 여겨 야당은 벌써부터 반발한다. 그럴수록 검찰 수사는 ‘먼지떨기’식이 아니라 증거를 따라 해야 한다. 적폐청산이 정치 보복성 수사를 분칠하는 수사(修辭)가 될 순 없다. 보복으로 받아들여지면 정권 교체 후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어김없이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가 이뤄졌다. 5년 단임의 정권은 유한하고, 역사의 교훈은 냉엄하다. 무엇보다 정치 보복 악순환은 내부 분열을 자초한다. 북한의 핵 도발에 맞서 힘을 합쳐야 할 때 나라에 치명적인 독이 될 것이다.
#이명박#민간인 댓글 부대#mb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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