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규한]굴러다니는 돌도 귀중한 자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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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지구와 우주는 돌(암석)과 광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종류마다 구성 성분이 다양하다. 이런 광물 성분이 지표 암석의 풍화나 침식으로 토양과 바다, 강으로 흘러들어가 생태계로 유입된다. 우리 인체는 Ca, Mg, C, P 주원소와 Zn, Mn, Cu, F, Co, Mo, I, As 등의 미량원소를 생태계의 순환 과정에서 섭취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암석에 포함된 미량원소는 인체에 필수요소이다. 과다섭취하면 독이 되지만 극소량 섭취는 생체활성과 만병통치약이 된다.

동양의학에서 약학이란 원래 본초학(本草學)을 말한다. 책 이름에서 보듯 약의 근원은 식물이다. 생리 활성화 기능이 식물에 있는 경우 식물성 식품을 영양제나 약제로 많이 사용한다. 이런 약용성분은 주로 암석광물과 토양에서 유래한다.

암석광물 자체도 예부터 광물 약으로서 옥석, 광석, 단약으로 구분돼 약으로 사용됐다. 전통적인 광물 약은 주로 체온 조절에 석고, 해열 진정에 방해석, 지혈 해독 두통 장염에 운모류, 생식 기능 강화에 양기석, 이뇨에 활석, 접골 골절치료에 자연동(산골) 등이 사용됐다. 수은 납 비소 등은 치명적인 독성 원소지만 극소량을 사용하면 진정제, 해독, 악성빈혈, 영양장애, 습진, 병원 미생물 멸균 등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암석 광물의 과학적 연구 성과로 점토광물에서 광물 신약이 일부 개발되고 있다. 일례로 몬모릴로나이트, 스멕타이트 광물을 원료로 만든 위장질환치료제 슈멕톤과 스멕타 등의 제품이 이미 국내에서 생산 시판되고 있다.

스멕타이트는 점토광물의 결정 구조적 특성으로 위나 장 점막을 보호하고 유해물질 흡착기능이 탁월해 위장약 신약제로 개발되고 있다. 또 기능성 피부보호제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스멕타이트 원료와 정제기술이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내산 원료 연구개발(R&D)이 시급하다.

점토광물은 약용 외에도 화장품, 비료, 세라믹, 종이 원료, 가축 사료 첨가물 등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장품 원료로 연간 600억 원 이상, 제약용으로는 연간 수십억 원어치의 점토광물을 수입하고 있다. 다행히 포항지역에 대량 매장된 산업광물 벤토나이트 광산은 제약원료용 고품질 스멕타이트 광물 개발 최적지임이 지질학적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국내 비금속 광물 자원의 가채 매장량은 약 96억1000만 t이며 잠재가치는 170조 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비금속 광물자원을 의약품용, 화장품용, 세라믹, 사료용 원료와 같은 고부가가치 자원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침체된 국내 광물자원 산업이 신성장동력산업으로 탈바꿈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광물의약품 신시장 개척을 위한 생태계 창조형 R&D 지원 확대가 요구된다. 돌이 약이 되는 천연광물 신약개발 새 시장의 창조경제 신화를 만들어보자.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자원#암석광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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