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주성하]핵배낭은 좀 웃겼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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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 국제부 기자
주성하 국제부 기자
내가 위험 지역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2010년 11월 23일에 벌어진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보면서 깨달았다.

당시까지 나는 연료와 부품, 훈련 부족으로 구제 불능인 북한군에서 그나마 쓸 만한 병력은 포병이라고 믿었다. 전차병 복무 10년간 연료가 없어 전차를 한 번도 못 몰았다는 탈북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북한 기갑부대는 유사시 전방까지 급히 기동할 동안 최소 절반은 고장 나거나 사고로 전복될 것이 확실하다. 해군 공군은 한미 연합군의 상대조차 되지 못한다.

그러나 포병은 갑자기 쏘면 당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북한 내부 우상화 강연 원고를 보면 김정은은 신도 울고 갈 포병 천재란다. 김일성군사종합대 포병과에서 특별과외를 받은 김정은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활용한 포사격술’을 주제로 논문도 썼다.

2010년 1월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향해 두 차례나 일제타격(TOT) 사격을 했을 때 사격 총지휘관이 김정은이었다. 그는 그해 1∼3월 매달 아버지 앞에서 자신의 대학 논문을 시현한 포사격을 선보였다. 연평도 포격부대는 이렇게 1년 가까이 훈련된 북한 최정예 포병이다. 다른 포병은 사격 한 번 해보고 제대하면 다행인데 말이다.

그런데 이 최정예 포부대가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연평도에 180여 발을 쐈는데 섬엔 불과 80여 발이 떨어졌다. 12km 앞에 빤히 보이는 그 큰 섬을 몇 달이나 훈련하고 쏘았는데 절반도 못 맞혔으니 신미양요 이래 처음 보는 명중률이었다. 그나마 섬에선 불발탄이 20여 발이나 수거됐다.

만약 북한이 청와대와 정부청사가 있는 광화문을 불의에 포격하면 어떨까. 이곳에서 북한까지 거리는 40km가 넘는다. 연평도 사례를 볼 때 북한이 이곳을 향해 수천 발을 쏜다 해도 이 중 절반 이상은 날아오다 힘이 빠져 경기 파주나 서울 은평구에 떨어질 것이고, 요행 광화문까지 날아와도 정작 정부청사보다는 오히려 0.6km 떨어진 동아일보 빌딩이 더 위험할 것 같다. 전쟁 나면 북한 포병의 형편없는 그 명중률이 제일 무섭다.

그 외엔 두려운 것이 없다. 누구는 북한의 생화학무기 생산 보유 능력이 세계 3위라며 걱정한다. 항생제나 백신도 생산 못하고, 화학공장은 고철로 변한 북한이 리얼리? 북한이 생화학무기를 쏜다면 나는 대피하지 않고 그 성능을 직접 관찰할 용의가 있다. 도대체 북한산 치고 쓸 만한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으니.

참, 정전협정 체결 60주년 기념일인 지난달 27일 북한 열병식엔 배낭에 핵마크를 붙인 군인들이 뜬금없이 등장해 나를 웃게 했다. 외부에선 북한제 핵배낭을 보곤 내가 북한제 생화학무기에 그러하듯 콧방귀를 뀐다. 저건 왜 나왔지. 국내 홍보용일까. 북한에선 “탁구공만 한 핵무기를 만들었다”는 소문이 돈단다. 혹시 다음 열병식엔 핵마크를 붙인 탁구공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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