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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홍성욱]‘침묵의 봄’에 대한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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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홍성욱]‘침묵의 봄’에 대한 오해와 진실

동아일보입력 2012-11-08 03:00수정 2012-11-0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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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필자는 올해 이 난의 첫 칼럼을 레이철 카슨과 토머스 쿤으로 시작했다. 환경과 과학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친 ‘침묵의 봄’과 ‘과학혁명의 구조’가 딱 50년 전인 1962년에 출판되었기 때문이다. ‘침묵의 봄’은 살충제 DDT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통해 생명체에 축적되면서 환경에 미칠 수 있는 끔찍한 영향을 경고한 책으로 DDT의 금지라는 정부의 규제를 이끌어 냈고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을 촉발하는 기폭제가 되었다.

DDT의 발명자 파울 뮐러는 1948년에 그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당시 DDT는 마법 같은 과학의 성과로 간주되고 있었다. 카슨이 DDT를 비판하자 이를 만들던 화학회사들은 출판사를 고소하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과학자들 중에서도 카슨이 화학이나 농학을 공부하지 않은 비전문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등장했다. 그렇지만 DDT의 위험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은 미국 대통령 과학자문위원회는 여러 정보를 수합하고 평가한 뒤에 살충제 사용을 제한하는 행동에 즉각 돌입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후 많은 논의 끝에 미 연방정부는 1972년에 DDT를 금지했다.

근거없는 주장으로 사람들 현혹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평가와는 너무나도 다른,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평가도 존재한다. 카슨의 ‘침묵의 봄’이 DDT를 금지시킴으로써 아프리카와 같은 저개발국에서 말라리아가 창궐했고,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책은 환경을 구했을지는 모르지만, 과학을 무시한 대가로 사람을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DDT를 부활시키는 것이라고 외친다. 심지어 카슨이 히틀러나 스탈린보다도 더 많은 사람을 죽였다는 선정적인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이런 평가에는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DDT를 금지한 것은 미국이었지, 열대 지역의 저개발 국가가 아니었다. 열대 지역의 많은 저개발 국가에서 DDT는 계속 합법적으로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DDT의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줄어든 것은 그것을 금지해서가 아니라 그 효용이 떨어졌기 때문인데,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말라리아를 유발하는 모기에게 DDT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DDT를 넓은 지역에 살포해서 모기를 죽이면, 내성을 가진 소수의 모기가 그 다음 해에 번식하고 이때는 DDT를 더 강하게 살포해야 한다. 이렇게 몇 년만 지나면 아무리 강한 살충제를 써도 잘 죽지 않는 모기가 창궐한다. 스리랑카가 말라리아 박멸에 실패한 것은 DDT를 금지해서가 아니라 모기가 내성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카슨 죽이기’의 근원지는 미국이다. 1990년대에 미국의 ‘건전과학진흥연맹’의 스티븐 밀로이는 DDT 금지가 수백만 명을 죽였다는 얘기를 퍼뜨리기 시작했다. 밀로이와 ‘건전과학진흥연맹’은 담배회사에서 지원을 받아 담배가 폐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구 온난화를 ‘사기극’이라고 부정하며, 산성비와 오존홀에 대한 과학적 합의를 ‘쓰레기 과학(정크 사이언스)’이라고 비난한다.

카슨을 공격한 과학자 딕시 레이는 오존홀을 부정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우파단체인 경쟁기업연구소는 카슨이 틀렸다고 주장한 사람을 노벨 평화상 후보로 밀었고, 미국기업연구소는 카슨을 비난한 마이클 크라이턴의 작품을 선전했다. 카슨을 공격하는 또 다른 연구소인 하트랜드연구소는 지구 온난화를 집요하게 공격한다. 이들은 과학기술이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시장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며, 환경이나 건강을 고려한 정부의 규제는 무조건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믿는 사람들이다.


‘침묵의 봄’은 생태계를 무시하고 과학기술을 오용했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일깨워 줌으로써, 사람들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게 만든 ‘혁명적인’ 책이었다. 그녀는 살충제가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주 제한된 얘기만을 했지만, 2005년 의학저널 ‘랜싯’에 나온 한 논문은 DDT가 조산, 저체중아 출산, 유아 사망 등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으며, 2007년에 출판된 다른 논문은 1940, 50년대에 DDT에 노출되었을 여성들의 유방암 발병률이 다른 여성들에 비해 5배 높다는 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연구들은 환경에 미친 피해가 인간에게까지 이를 수 있다는 카슨의 주장이 과학적으로도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균형감 갖고 차분히 따져봐야

‘카슨 죽이기’ 캠페인처럼 근거 없는 엉터리 주장도 ‘과학’의 외피를 쓰고 등장했을 때 그럴듯하게 보이면서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다. 지난 몇 년을 돌이켜 보면 우리 사회에서도 ‘과학’의 이름으로 맹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더 필요한 것은 균형감을 가지고 여러 주장의 근거를 차분하게 따져보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과학적 사고이자 방법이다.

홍성욱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침묵의 봄#레이철 카슨#환경#D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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