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표준적인 인간이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우리는 모두 다르다. 표준적인 인간이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창조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다. 창조성은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기 때문에 삶이 아무리 힘들게 보여도 당신이 잘 해내고 성취할 수 있는 무언가는 늘 존재한다.”

지난달 30일 런던 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연설은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생각의 장애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라’는 메시지가 음성합성기를 통해 기계음으로 흘러나왔을 때 전 세계는 뜨거운 감동을 느꼈다. 온몸이 마비되는 루게릭병 진단과 2년밖에 살 수 없다는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았던 21세의 물리학도 호킹은 오늘날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의 계보를 잇는 위대한 물리학자로 존경받고 있다.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호킹이 이날 연설에서 “발밑을 보지 말고 고개 들어 별을 바라보라”고 한 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구별을 넘어 모두에게 울림을 준다.

지금 장애가 없는 사람도 병을 얻거나 사고를 당하면 언제든 장애를 얻을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나누고 차별하는 인식의 벽을 무너뜨리려면 우리 모두가 다른 특성을 가졌다는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장애가 있든 없든, 삶의 조건이 좋든 나쁘든 누구나 자신에게 충실한 삶, 자기가 처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배려하고 나누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런던 패럴림픽의 개막 공연에 선보인 팔다리 없는 임신부의 거대한 조형물은 영국의 구족화가이자 사진작가 앨리슨 래퍼가 모델이다. 장애로 인해 태어난 지 6주 만에 거리에 버려진 그는 남들 보기에는 결점투성이의 몸이지만 부끄럽게 여기거나 열등감에 빠져들지 않고 당당하게 창작 활동에 나서 예술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6년 한국을 찾은 래퍼는 “장애는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마음의 장애를 딛고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한국 영화 ‘달팽이의 별’은 보이지 않는 눈, 들리지 않는 귀를 가진 남자와 척추장애가 있는 여자의 사랑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영화에서 남자는 말한다. 가장 값진 것을 보기 위해 잠시 눈을 감고, 가장 참된 것을 듣기 위해 잠시 귀를 닫고, 가장 진실한 말을 하기 위해 잠시 침묵 속에서 기다리는 거라고. 중첩된 장애 속에서도 밝고 행복한 연인의 모습은 각자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따스한 세상을 꿈꾸게 한다.
#시살#패럴림픽#달팽이의 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